▲투 스트라이크 후 스탠스를 넓히고 방망이를 짧게 쥔 채 타격하는 SK 김성현.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면 타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24일까지 0볼-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KBO리그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0.173. 볼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타율은 오른다. 1볼-2스트라이크 0.211, 2볼-2스트라이크 0.215), 3볼-2스트라이크 0.245이다.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타자들은 저마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타격 폼에 변화를 준다. 대표적인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추신수(텍사스)처럼 스탠스를 넓히거나 강정호(피츠버그)처럼 노 스텝으로 타격하는 방법이다.
▲투 스트라이크 전(왼쪽)과 후 추신수의 타격 자세 변화. SPOTV 캡처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시절 최고의 톱 타자로 올라선 비결로 투 스트라이크 이후 달라진 타격 자세를 꼽았다. 그 해 시즌을 마친 뒤 국내 기자회견에서 추신수는 "예전엔 투 스트라이크에도 늘 같은 자세를 취했지만 1번 타자를 맡아 변화를 줬다"며 "시애틀 마이너리그 팀 소속일 때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폼을 달리 해야 하는 팀 내 규정이 있었다.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배트를 짧게 잡고 스탠스도 넓혀 최대한 포수가 잡기 직전까지 공을 봤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몇몇 타자들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스탠스를 넓혀 대처한다. SK 김성현은 지난 시즌부터 다리를 벌려 치기 시작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벌렸다. 점점 타격 자세가 낮아지자 동료들은 "구심보다 키가 작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성현은 "처음에는 왼발을 찍어놓고 치는 정도였는데 나도 모르게 스탠스가 넓어졌다"며 "삼진을 당하지 않고 콘택트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LG 이진영과 롯데 임재철, SK 허웅 등도 같은 타격 자세를 취한다.
타격 시 왼 다리를 들어올리는 레그킥을 사용했던 강정호는 상대 투수나 자신의 타격 밸런스에 따라 투 스트라이크 후 노스텝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는 넥센에서 뛸 때에도 가끔 취했던 타격 방법이다. 메이저리그에 적응이 덜 됐던 올 시즌 초반 "나오는 투수가 모두 지난해 삼성에서 뛰다 일본으로 건너간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라며 혀를 내둘렀던 그는 점차 적응을 하면서 레그킥과 노스텝 타격 방법을 유연하게 쓰고 있다.
NC 박민우도 상황에 따라 오른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노스텝 타격을 한다. 박민우는 "웬만하면 원래 타격 자세로 하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을 때는 노스텝으로 친다"고 말했다. 팀 동료 나성범은 지난 시즌 노스텝 타격을 했지만 준비 시간이 부족해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김광림 NC 타격코치는 "타이밍을 잡으려면 노스텝이 수월할 수 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다고 모든 타자가 그럴 필요는 없다. 보통 타자 성향에 따라 나뉜다. 거포형 선수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도 자기 스윙을 하는 데 반해 콘택트 위주의 타자들은 상황에 맞게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준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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