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유력 신문 세 곳, 즉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저널(WSJ)이 북한 때문에 대립하고 있다. 북한에 취재진을 들여보내 김정은 정권이 지정한 사람과 장소만 보고 나와 기사를 작성하는 게 ‘언론 윤리’에 맞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보도를 내보낸 NYT와 WP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수색채가 강한 WSJ은 ‘독재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다.
신경전은 WSJ의 공격에서 비롯됐다. 브렛 스테픈스 논설위원은 23일자 ‘르포기사가 선전도구가 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전날 NYT가 ‘북한의 일상’이라는 제목과 함께 내보낸 다수의 사진의 곁들여진 기사를 공격했다. 스테픈스 위원은 “물건이 넘쳐나는 상점, 현대화된 공장, 건강한 어린이 등 NYT가 내보낸 사진들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이게 만들고 (북한 정권이 원하는 대로) 참담한 실상을 감추고 있다”고 적었다. 또 기사를 작성한 데이빗 구텐펠더 기자가 북한 정권이 지정한 사람만 만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행위는 저널리즘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격은 뜻하지 않게 24일 WP에서 나왔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특파원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WP에 합류한 애나 파이필드 도쿄 지국장이 6차례의 방북 경험을 소개하며 “WSJ의 비판은 비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북한에서는 일거수 일투족이 제한되고 가는 곳마다 사실상 감시 역할을 하는 북한 정권의 안내인이 따라 붙는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기사거리가 전혀 없는 김일성 생가를 여섯 번이나 방문해야 했으며,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 이들이 진실이 아니라 정권이 강요한 얘기를 한다는 것도 잘 안다”고 밝혔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그러나 북한 여행 중 겪은 돌발사태를 소개하며, 그런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최고 의료기관인 적십자 병원에서 추운 겨울인데도 환자들이 얇은 환자복만 입고 있는 걸 목격했고, 타고 가던 버스가 멈췄을 때 북한 주민들의 출퇴근 일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방북 때마다 그 나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정보를 얻었으며, 그런 정보는 그 곳에 가지 못하는 당국자들에게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입국 비자를 얻기 위해 일부러 기사에 힘을 빼서 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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