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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열 받는 도시’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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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열 받는 도시’ 이젠 안녕?

입력
2015.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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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기상대 자료 동시발표 중단, 녹지대 새 기상대 자료만 공식 발표

기온, 겨울엔 높고 여름은 낮아… 찜통도시 1위 타이틀 반납 가능성

이번 여름부터 대구가 찜통도시 1위 타이틀을 내 놓을지도 모르겠다. 울산이나 전북 전주, 경남 김해 등이 바통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이 신암동 옛 기상대 관측자료와 현재 효목동 기상대 자료를 병행 제공하던 것을 지난 12일부터 현 기상대자료만 서비스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동구 신암동 옛 대구기상대는 대구(옛), 효목동 현 기상대는 대구(기)로 표시해 동시에 발표하던 각종 기상관측자료를 지난 12일부터 현재 기상대 자료만 서비스한다. 옛 신암동 자료는 자동관측장비(AWS)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가 어렵고 대구지역 대표 관측자료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이종하 대구기상대장은 “그 동안 함께 서비스해 왔지만 신암동은 무인관측소로 남은데다 주변에 건축물이 계속 들어서는 등 관측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현재 기상대 자료를 대구 대표 측정치로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지역은 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 낮최고 기온에 관한 한 지금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직선거리로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혀 다른 환경이다. 신암동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주택가이다. 반면 효목동 현 기상대 자리는 녹지공간이 풍부한 망우공원 옆에 있다. 게다가 현 기상대에서 금호강까지는 직선거리로 300여m에 불과하다. 겨울엔 기온이 높고 여름엔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대구기상대 옆 망우공원은 지역 주민들이 한여름 밤 무더위를 피해 몰려나오는 대표적 야간 피서지다.

지난해 대구지역 낮최고기온이 측정된 7월31일 신암동 관측소에서는 37.5도였지만 효목동에서는 37.1도로 0.4도 낮았다. 다른 날도 한여름에는 신암동이 0.5~1도 이상 높은 날이 많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서운해하는 반응이 더 많았다. 박모(47ㆍ자영업)씨는 “대구는 20년 가까이 연속 1인당 지역총생산(GRDP)가 전국 꼴찌에다 인구도 줄고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 보니 ‘찜통더위’도 1위라고 자랑 아닌 자랑질을 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됐다”며 섭섭한 표정이었다. 이모(53ㆍ회사원)씨는 “실제와 상관없이 기록상이나마 ‘낮 최고기온 1위 대구’라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니 관광객이나 투자유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1등 타이틀을 내 놓을지 모른다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은 1942년 8월1일 40.0도 등 전국 최고기온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낮 최고 38도가 넘는 일은 드물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의 찜통도시라는데 이의가 별로 없는 편이다. 경산 하양 등이 수시로 ‘전국 최고기온’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콘크리트 건물 위에 설치된 AWS의 한계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름 전체적으로 최고기온 순위 6걸에 들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낮 최고 1위 기록 일수는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록 자체가 낮아지면 낮 최고 1위 일수도 크게 줄 것으로 보여 찜통도시 1위 타이틀은 자연스레 울산이나 밀양, 전주 등에 내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구와 달리 김해 밀양 등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높게 나옴에 따라 외지인들이 기피한다는 이유로 기상대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남 밀양시는 2004년 여름 8차례나 낮최고기온 전국 최고를 기록하자 이전을 요구하다 관측소 주변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 뒤 잔디와 조경수를 심는 등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무더위 도시 오명을 벗고 있다. 김해지역에서는 2008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열 받는 도시’가 됐다며 지역 주민들이 기상대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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