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격리대상이 아닌 확진자가 또 나와 병원이 최소 7월 6일까지 부분 폐쇄 조치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잠복기가 끝난 응급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부분폐쇄 해제가 무기한 연기됐다. 조심스럽게 진정 국면을 기대해온 보건당국은 한 발 물러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실장은 24일 “지난 주말에는 진정세로 보고 있었습니다만, (이후 건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다시 추가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현재 그 부분에 대해서 답을 못 드리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의심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PCR)도 하루 1,200여건씩 꾸준하다. 메르스 잔불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176번 환자(51)는 76번 환자(75ㆍ사망)와 지난 6일 건국대병원 같은 병동에 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176번 환자는 170번 환자(77)와 마찬가지로 병원과 방역 당국의 격리대상에서 빠져 있던 데다 동선도 광범위했다. 이에 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응급수술을 제외하고 건대병원의 응급실ㆍ외래ㆍ입원 진료를 금하고 면회도 제한하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렸다. 건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총 격리된 인원은 환자 176명(원내 격리 64명), 보호자 158명(4명), 직원 74명(3명), 간병인 5명(4명) 등 413명이다.
건대병원을 거친 76번 환자에게 직ㆍ간접 접촉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10명이다. ‘슈퍼 전파자’란 오명을 쓴 14번 환자처럼 방역당국의 끊임 없는 직무 유기성 방역 대응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76번 환자는 건대병원 6층 정형외과 병동 남쪽 병동에 입원했고, 170ㆍ176번 환자는 건너편 북쪽 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격리대상에서 빠져 병동을 돌아다녔다. 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와 (남쪽 병동) 격리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76번 환자가 입원실에 5시간 정도만 머물러 체류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고,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을 고려해 환자가 머문 병동을 중심으로 격리범위를 정했는데 상당히 좁게 설정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첫 메르스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에서 경직된 범위 설정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방역 당국이 다시 ‘방역 투망’을 좁게 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건대병원에서 잘 대처했을 거라 판단했다”며 실책을 인정했다. 당국은 170번 환자가 나온 지난 21일에서야 격리범위를 다시 6층 전 병동 단위로 넓혔다.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는 24일까지로 예정됐으나 종료 시점 없이 무기한 연장됐다. 권덕철 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즉각대응팀이 확진자의 증상 발현시기, 확진 시기, 노출 정도 등을 토대로 검토해 연장된 상태”라고 밝혔다. 115번(77) 환자에 이은 또 다른 외래환자 174번(75)의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고, 응급이송요원 137번(55) 환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은 것이 확인됐기에 역학조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송요원과 관련한 추가 확진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그의 마지막 근무 일을 기준 삼아 폐쇄를 풀기엔 이르다는 게 즉각대응팀 등의 판단이다. 이날 발표된 확진자 4명 중 177번 환자(50)는 이달 12일 잠복기가 끝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돼 14번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은 여전했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음성이 엇갈려 확진 판정이 뒤늦게 나왔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신장 투석을 받던 165번 환자(79)에 노출된 100여명의 환자를 전담하는 강동경희대병원과 요양보호사인 173번 환자(70)에 의한 접촉자 841명이 나온 강동성심병원 등 대형병원들에도 잇따라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173번 환자에 노출된 13명이 발열 등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가기 전 경유한 목차수내과의원 등 의ㆍ병원 8곳 등이 추가 감염군으로 발표되는 등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어 전망을 예측하기도 힘들다”면서도 “노출된 병원들의 상황이 정리되려면 최소 2, 3주는 걸려 7월 중순쯤 진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 그 사이 다른 병원으로의 추가 감염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7월 중순쯤 더 이상 환자가 나오지 않아도 잠복기의 2배(최대 28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게 보건당국의 방침이어서 종식 선언은 빨라도 8월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종=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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