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운동가들과 오픈소스 기반 개발자들이 24시간 감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구글의 음성 즉시검색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PC용 크롬 인터넷브라우저 검색창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구글 앱에서 “오케이 구글”이라고 외치면 버튼 터치 없이도 음성검색을 실행시키는 기능이 문제의 핵심이다.
음성검색 기능을 사용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손을 쓰지 않고도 검색기능을 사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편리할 수 있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이용자가 의식적으로 음성검색을 실행하지 않아도 이미 음성을 감지하는 기능이 켜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24시간 감청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오케이 구글”에 이런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크롬 브라우저와 구글 앱 모두 설치과정에 이 기능에 대한 특별한 고지나 동의 절차가 없는 상태이다. 지난 17일 구글의 감청 문제를 블로그 글을 통해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킨 릭 팔비냐 스웨덴 해적당(저작권법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 정당) 창설자는 “오케이 구글”의 구동 문제에 앞서, 해당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크로뮴 브라우저(크롬 브라우저의 리눅스 오픈소스 버전)가 “마이크를 제어하고 음성 데이터를 구글로 전송할 수 있는” 모듈을 사용자 동의 없이 자동으로 다운로드 하고 있는 점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모듈은 ‘블랙박스’ 형태로 되어 있어 상세 명령 코드로 분해해 볼 수도 없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구글 관계자는 같은 날 바로 구글의 개발자 전용 게시판에 반박의 글을 올렸다. 음성을 감지하는 모듈을 자동으로 다운로드 하는 것은 “오케이 구글”을 통한 즉시검색 기능은 옵트 인(Opt-in, 기본 설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하는 것)형태로 제공되고 있어, 자동으로 활성화되지도 않고 사용자의 허가 없이 음성을 녹음해 저장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덧붙여 그는 자동으로 다운로드 되는 음성 관리 모듈은 ‘블랙박스’ 형태이기는 하지만, 크롬 브라우저의 기초가 되는 ‘크로뮴’ 자체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개발자들의 의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개발자 오페르 젤리그는 22일 “낫 오케이 구글”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에서 구글의 반박 내용을 인용한 뒤, “믿을 수 없다”며 “이미 구글은 우리의 검색 내용과 통신하는 상대, 위치 등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만, 이번 감청 기능은 사생활 침해 위험성을 한 단계 더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현재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구글 관계자 사이의 논쟁은 크롬 브라우저에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구글 기본 앱에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구글 기본 앱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데다, 이 앱에서는 “오케이 구글”을 통한 즉시검색이 기본적으로 켜져 있는 ‘옵트 아웃’으로 제공되고 있다.
전자기기의 음성인식 기능은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TV 등 스마트 홈 산업의 발달로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으나, 사적 대화가 24시간 감청될 수 있는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비스 공급자가 직접 이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악용하지 않더라도, 전자기기를 해킹 당할 경우의 사생활 침해 정도와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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