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안병근ㆍ조인철
선수 부정 출전시키고 횡령 일삼아
연루 36명과 함께 입건돼 명성 '먹칠'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유도 국가대표 감독까지 지낸 명문 사립대 유도학과 교수들이 전국체전에 선수들을 부정 출전시키고 승부조작까지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의 선수 부정 출전 범행에는 36명에 달하는 유도계 인사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함께 입건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선수 부정 출전과 승부조작, 공금 횡령 등의 혐의(업무방해 및 업무상 횡령 등)로 안병근(53) 조인철(39)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와 또 다른 국립대 교수 정모(57)씨,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 문모(66)씨, 시ㆍ도 체육회와 시ㆍ도 유도회 관계자 등 총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안 교수와 조 교수는 각각 1984년 미국 LA올림픽과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으며 국가대표팀 감독도 지냈다.
이들은 전국체전에는 소속 대학 기준의 선수등록 지역이나 출신 중ㆍ고등학교가 있는 지역, 출생이나 본적지에 해당하는 지역을 대표해서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도선수 107명을 무연고 시ㆍ도 대학부 대표 등으로 출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부정 출전한 선수들은 금메달 5개 등 모두 58개의 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범위한 선수 부정 출전은 지방자치단체와 선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자체는 성적이 좋으면 지역을 홍보할 수 있고 향후 체육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선수 입장에서는 연고지가 없는 지역으로라도 경기에 나가 입상하면 경력에 도움이 된다. 안 교수의 경우 2012∼2014년 자신의 제자인 용인대 선수 18명을 제주도대표로 출전시키고 제주도 체육회와 유도회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안 교수는 또 2014년 전국체전 여자 유도 대학부 결승전에서 특정 선수에게 고의로 패하도록 지시해 승부를 조작하고, 2009~2014년 용인대 선수 132명에게 지급된 훈련비 1억600만원을 횡령하는 등 2억9,900만원의 공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조 교수는 2012년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장으로 재임하면서 단체 후원금, 선수 장학금 등 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조 교수는 이 돈을 주식투자와 유흥비로 사용했으면서 국가대표 선수 4명에게 먹일 산삼 10뿌리를 사는 데 썼다고 허위로 진술하고, 심마니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 남자 유도 대학부 경기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상대방 선수의 정상적인 공격을 위장 공격이라며 주심에게 ‘지도’ 벌칙을 주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도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부정 출전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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