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치21 ‘철학부재’ 혹독한 평가… “시민이 주인인 행정체계 구축” 촉구
“한 3년은 된 것 같아요.”
최근 광주시청사에서 만난 한 하위직 공무원은 취임 1년을 맞은 윤장현 광주시장의 시정에 대한 내부 평가 얘기가 나오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 시장이)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끄럽기만 하다”며 “앞으로 남은 3년은 또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윤 시장을 일컬어 ‘시민시장’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시민시장이 뭔지 모르겠다”고 냉소를 보냈다. 이들의 말 속엔 윤 시장에 대한 피로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윤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자신의 행정수행에 대해 “최소 B학점(80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줬다. 민선 6기 1년에 대한 평가를 두고 윤 시장과 부하 직원들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윤장현호(號)’의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윤 시장의 생각과는 괘를 달리했다. 예상보다도 매우 부정적이었고 혹독했다. 실제 참여자치21이 24일 내놓은 A4용지 59쪽 분량의 민선 6기 1년차 시정평가서는 ‘비평서’에 가까웠다.
참여자치21은 가장 먼저 윤 시장의 ‘시정철학 부재’를 꼬집었다. 참여자치21은 “윤 시장은 지난 1년 인사(人事)에서 시민시장으로서의 정체성과 시정철학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취임 첫날 외척을 비서관으로 임용하면서 시작된 측근ㆍ보은 인사가 계속 이어진 데다, 시청 내부 인사에도 비선 실세 개입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윤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공직 내부의 불신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참여자치21은 “잇따른 인사 실패로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도 윤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데 정작 윤 시장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여자치21은 이 같은 윤 시장의 리더십 부재는 입찰 행정을 둘러싼 온갖 비리 의혹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자치21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관련한 각종 시설 개보수 공사를 놓고 불거진 특혜 및 부실 시공 의혹 등을 보면 시장직인수위원회 보고서에 밝힌 투명한 입찰행정을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윤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행정경험 부족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참여자치21은 “민선 6기 1년차 시정은 현안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무기력한 해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윤 시장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해 ‘문화도시’ 광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행보를 보인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시정 목표와 전략이 없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시민들은 이 사업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또 행정력 낭비와 시민사회 분열만 초래했던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재검토 논란도 윤 시장의 대표적인 헛발질 사례로 들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남은 임기 3년이 긴 시간이 아니다. 언제까지 (윤 시장이)적응과 학습으로 시간만 축낼 것이냐”고 질책했다.
참여자치21은 “시민참여가 제도화되고 시민이 의사결정의 실질적 주인이 되는 행정운영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시는 단체장이 가진 권한을 과감히 분권화하고 시정 개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시정평가는 참여자치21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정평가단을 통해 지난 4월 28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시 공약 이행과 정책 등 7개 분야에 대해 실시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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