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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한국 영어교육 '작심하고 비판하기'

입력
2015.06.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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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미국의 대학원에서 응용언어학을 공부하며 다른 언어 사용자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졸업 몇 달 전부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었던 경험은 독일, 모로코,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의 채용공고를 훑어보고 그 나라에서의 직장생활을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많은 내 동기들은 헌신적이고 이상적인 선생님이었다. 구직에 나섰을 때, 그들은 단순히 좋은 연봉에 연연하지 않았다. 대신,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의미 있는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중시했다. 특정 국가와 특정 학교는 영어를 가르치기 좋다는 명성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예전에 생겨난 ‘명성’이 지금까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것은 1) 급여수준이 높고, 2) 학생들이 열심이지만, 3) 영어를 가르치기엔 최악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영어교육 시스템은 '두려움 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영어교육 시스템은 '두려움 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상적인 영어 선생들은 대개 한국을 기피한다. 설사 한국에 왔다 하더라도, 한국인 친구 때문이거나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교과서를 따르거나 규격화된 시험을 치르게 강요하지 않았으므로, 대학교에서의 일을 찾은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점차 우울한 기분에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영어 교육 환경은 생기 없고 우중충하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수 천 시간의 공부와 연습을 피할 도리가 없다. 좀 더 쉽게 배우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성공적으로 배우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는 ‘동기부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당신은 이 지긋지긋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 불타는 열망을 가슴 깊숙히 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성공적인 언어 학습의 유일한 비밀이다.

문제는 그 불타는 열망의 원천이 무엇이냐다. 유창하게 말하고, 다른 나라의 친구를 사귀고, 외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소망인가? 아니면 시험을 망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문법 실수를 할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취업 면접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인가? 물론,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꿈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영어 교육 시스템은 거의 다 두려움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점을 발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돈과 시험에 대한 한국사회의 과도한 몰입은 영어 학습 환경에서 다양한 색채를 걷어낸다. 시험에 중점을 둔 영어 교육은 말하기 등 의사소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려움은 언어 실력 향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설 교육 기관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그런 두려움을 이용한다. 학생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선생님들은 되레 학생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상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어리석은 꿈들은 중요하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정복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 에너지’를 얻는다. 언어 능력을 실생활에 쓸 수 있게끔 용기를 북돋을 뿐만 아니라, 좌절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선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영어 교육에 쓰인다. 그런 노력들이 쓸모 없게 변한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선생님들이 창의적일 수 있도록, 교과서를 벗어나 영어 학습에 더 많은 색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면 그것이 결국 학생들에게는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배우 겸 영화칼럼니스트

어릴 때부터 막대한 노력을 쏟은 영어학습이 쓸 모가 없어 지는 것은 허망하지 않은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릴 때부터 막대한 노력을 쏟은 영어학습이 쓸 모가 없어 지는 것은 허망하지 않은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문보기>

Making English More Difficult than it Already Is

When I was in graduate school in the US in the 1990s, I studied Applied Linguistics and became certified to teach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A few months before graduating, I began my job search.

It was an unusual and exciting experience to read through job postings from around the world ?Germany, Morocco, Japan, Korea ? and to imagine applying to those jobs and living in those countries.

Many of my fellow graduates were dedicated, idealistic teachers, and when they went job hunting, they were looking not just for a decent salary, but a supportive environment where they could teach in a free, creative and meaningful way. Certain schools, and certain countries, had a reputation for being particularly good places to teach English. As for Korea, its reputation was firmly established, and remains the same today: (a) it pays a lot of money; (b) the students work hard; and (c) it is a terrible environment in which to teach English.

It’s true that the most idealistic English teachers generally avoid Korea. When they do come, it is because they have Korean friends, or are drawn by an interest in Korean culture. I myself was fortunate to find a university job where I had a lot of freedom, and was not forced to follow a textbook or to give standardized tests. But when you teach English in Korea, there is a sadness that slowly starts to seep into you. It’s because the atmosphere for English teaching here is so drab and grey.

Learning a foreign language is hugely difficult, and there’s no way to avoid the thousands of hours of study and practice required. Some people learn more easily than others, but in the end, the one thing that separates successful language students from unsuccessful ones is motivation. At some point, you have to reach deep inside yourself and locate a burning desire to learn the damn language, no matter how much effort it takes. This is the only secret to language learning.

The question is, what is the source of that burning desire? Is it a dream of speaking fluently, of making friends from other cultures, of reading books in a foreign language? Or is it fear of scoring low on a test, of embarrassing yourself with a grammatical mistake, or of failing a job interview? In reality, all language learners may feel some combination of dreams and fear. But in Korea, the English teaching system is structured almost entirely around fear.

I’m hardly the first person to observe this, but money and an excessive focus on exams have drained much of the color out of the English learning environment in Korea. Teaching that is focused on exams generally does not help you to speak or communicate better. Fear makes it more difficult, not less, to improve language abilities. Private institutes take advantage of that fear to make their businesses more profitable. Teachers who spend time trying to inspire their students are often thought to be wasting time, and their students’ money.

But idealism, romanticism and foolish dreams are important to language learners. It gives them the emotional energy they need in order to work hard and finally master a language. It encourages them to try using their language skills in real life. It protects them against frustration.

Tremendous time and effort is spent in Korea on English language education, but it’s heartbreaking how much of that effort ends up being wasted. Ultimately, it would help students a great deal if more teachers were encouraged to be creative, to put aside their textbooks every so often and to put more color into languag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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