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당시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피해 유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광주고법 민사 2부(부장 홍동기)는 24일 양금덕(84)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원고들에게 각각 1억~1억2,00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은 엄격한 감시와 열악한 환경 아래 이들을 중노동에 종사하게 하는가 하면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옛 미쓰비시중공업과 현 미쓰비시중공업은 회사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쓰비시중공업은 양 할머니 등이 겪은 고통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양 할머니 등은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에 자행된 강제 징용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피해자들이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대상으로 국내법에 따라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같은 해 10월 광주지법에 소송을 냈었다. 1심인 광주지법은 이듬해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은 만 13~14세의 미성년자에 불과한 원고 등을 나고야로 강제 연행한 후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게 하면서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아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양 할머니 등은 1944년 5월 “일본에 가면 중학교를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이들은 1999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일본 도쿄 재판소는 2008년 11월 최종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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