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상징, 무지개 깃발

입력
2015.06.24 15:59
0 0

가장 오래된 무지개 상징은 구약 창세기에 등장한다. 노아에게 신의 무지개는 심판의 끝과 새로운 번영의 언약이었다. 옛 잉카 제국의 무지개 깃발은 연합을 결속하는 힘이었다. 잉카 제국은 16세기 스페인에 멸망할 때까지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의 방대한 지역에서 빛나는 문명을 이뤘다. 지금 잉카의 옛 수도 페루의 쿠스코 거리에 나부끼는 무지개 깃발은 새로운 번영의 희망을 상징한다.

60년대 이탈리아 시민들은 반핵 평화의 상징으로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 2002년에도 그들은 이라크전쟁 반대 캠페인을 벌이며 깃발 중앙에 ‘PACE(파체, 평화)’라 새긴 무지개 깃발을 집 발코니에 내걸었다. 1920년대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된 협동조합운동의 상징도 무지개 깃발이었고, 스리랑카가 19세기 말 전 세계 모든 불교 종파의 연대와 우애의 상징으로 택한 것도 무지개 깃발이었다.

무지개 깃발이 지금처럼 LGBT운동의 깃발로 세계의 거리에 나부끼게 된 데는 디자이너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ㆍ51년생)의 공이 크다. 그는 1978년 오늘(6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게이 자유의 행진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무지개 깃발을 선뵀고, 이후 무지개 깃발은 ‘게이 자긍의 깃발 Gay Pride Flag’로 불리게 됐다.

베이커의 깃발은 원년 게이 아이콘이던 주디 갈란드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부른 노래 ‘Over the Rainbow’와 60년대 대학가 흑인 인권운동 진영에서 인종 평등을 상징하는 오색기(적- 흑- 고동- 황- 흰색)에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첫 깃발은 여덟 색 무지개였다. 그는 각각의 색이 위에서부터 선홍색은 성지향(sexuality), 적색은 삶(life), 오렌지색은 치유, 노란색은 햇빛, 초록색은 자연, 청록색은 마법과 예술, 남색은 평온과 화합, 보라색은 정신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무지개 깃발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듯, LGBT의 깃발도 그때그때 (선홍색이 빠진) 일곱 색이 되기도 하고, (남색도 빠진) 여섯 색이 되기도 했다. 근래에는 여섯 빛깔 무지개 깃발(사진)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색이 어떻든 무지개 깃발은, 그 자체로써 다양성과 화합, 성소수자 집단과 개인의 자긍심의 상징으로, 하나로 나부낀다.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퀴어문화축제에서도 그럴 것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는 지난 17일 베이커의 원년 무지개깃발을 영구 디자인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