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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어철자 대회, 인도계 학생 8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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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어철자 대회, 인도계 학생 8연패

입력
2015.06.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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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영어 철자말하기대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결승전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한 바냐 시바샨카(왼쪽)가 2009년 이 대회 우승자인 언니 카뱌와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옥슨힐=AP 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영어 철자말하기대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결승전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한 바냐 시바샨카(왼쪽)가 2009년 이 대회 우승자인 언니 카뱌와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옥슨힐=AP 연합뉴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영어 철자말하기대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 트로피의 주인공은 올해도 인도계 학생들이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 대회에선 인도계 미국인 바냐 시바샨카(13)와 고쿨 벤카타찰람(14)이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인도계 학생들은 이번을 포함해 8년 연속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CNN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이 대회가 배출한 19명의 우승자 중 15명이 인도계 미국인이다. 인도계가 미국 인구의 1%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회가 ‘인도인들의 슈퍼볼’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스펠링 비 대회는 25차례 제시되는 단어의 철자를 읊어 틀리면 탈락하고 맞으면 살아남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지역예산에 1,100만명이 응시해 285명이 본선에, 10명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ESPN을 통해 방송됐다.

바냐는 마지막으로 제시된 단어인 ‘scherenschnitte’(종이를 잘라 디자인하는 예술 기법)를 맞췄고, 고쿨도 질세라 ‘누나탁(nunatak)’(빙하로 둘러싸인 암봉)을 맞췄다. 우승으로 둘 모두 3만7,000달러의 상금과 상품을 받았다. 특히 언니 카뱌가 2009년 대회 우승자인 바냐의 우승으로 이들은 최초로 자매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인도계 학생들이 스펠링 비 대회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제일 먼저 ‘부모의 교육적 관심’을 꼽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인류학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연구하는 샬리 샨카 교수는 “인도에서 이민 온 부모들은 교육을 잘 받고 직업적인 성공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 자녀와의 시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자녀 교육을 우선 순위에 둔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9년 전 이민 온 전기기술자 푸덴비두 자야크리슈난도 딸의 교육에 관심이 많다. 자야크리슈난 역시 집에서 종종 열 두 살 난 딸과 스펠링 비 출전을 대비한 철자 공부를 한다. 그는 “인도는 12억명이 다닐 만한 학교가 충분하지 않고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공부, 공부, 공부만 해야 한다”며 “미국 듀크대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아들처럼 딸도 명문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인들의 비영리재단인 NSF가 주최하는 자체 스펠링 비 대회도 인도계 학생들의 우수한 대회 성적에 기여하고 있다. 인도 소외 계층의 교육 기금 모금을 목적으로 설립된 NSF는 1990년대 후반 미국 내에서 인도계 학생들의 철자ㆍ지리ㆍ과학ㆍ수학대회를 조직하는 단체로 성격이 바뀌었다. NSF는 인도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 내 35개 주에서 각종 학문 대회를 열고,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대회에 참가하면서 대회 실전 경험을 기른다.

라트남 치투리 NSF 재단 설립자는 “NSF 대회는 인도계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영감을 불어넣는다”며 “학생들은 스펠링 비 대회를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스펠링 비 대회는 인도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돋우는 대회인 것이다.

‘문화적 DNA’의 저자인 거넥 베인스는 CNN의 기고에서 “경전이나 대서사시, 성가 같은 다양한 텍스트를 구전으로 전하는 인도의 전통문화에서 나타나듯이 암기를 중요시하는 학습법이 인도계 학생들이 스펠링 비 대회에서 활약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자 자녀들이 영어 철자말하기대회를 휩쓸자 일각에선 이들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인도계 학생들이 공동우승을 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스펠링 비의 참가자들은 ‘미국인’이어야만 한다” “스펠링 비에선 어떤 미국인의 이름을 들을 수 없다” 등 인종차별적 발언들이 쏟아졌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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