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亞입시경쟁이 낳은 촌극… 작년 부정행위 中유학생 8000명 美대학서 퇴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亞입시경쟁이 낳은 촌극… 작년 부정행위 中유학생 8000명 美대학서 퇴출

입력
2015.06.24 14:47
0 0

中 대입시험 900만명 응시

인도, 시험 부정행위 조직범죄화

中 학생은 속임수 쓰는 부잣집 아이

지난해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응시한 중국 수험생들이 광둥성 둥관대에서 영어 시험을 보고 있다. 둥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응시한 중국 수험생들이 광둥성 둥관대에서 영어 시험을 보고 있다. 둥관=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비하르주의 고교입학시험 풍경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올 봄 전세계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부모들이 수험생 자녀에게 커닝 페이퍼를 전달하기 위해 벽을 타는 장면이었다. 인도 경찰은 AFP와 인터뷰에서 “이번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람 1,000명을 체포했다”며 “절반은 학부모와 교사, 절반은 수험생의 친척이나 지인”이라고 말했다. 중국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에선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만연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최근 드론을 띄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뒤이어 한국에선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각각 2년씩 다닐 수 있게 됐다는 ‘천재 한인소녀’의 스토리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다른 국가에서 각기 다른 양상으로 벌어진 사건들이지만 그 뿌리에는 과도한 입시경쟁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하고 있다.

치솟는 교육비 지출

교육비 지출은 과도한 입시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국 학생들이 국내나 해외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2013년 가계 소득의 20%에 달하는 180억달러 가량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학 입학을 위해 학생의 70%가 사교육에 비용을 지출하고 특히 해외 명문대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유학원에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유학원은 8주 집중 코스에 1만5,000달러를 내고 에세이 컨설팅을 받으려면 추가로 1만5,000달러를 더 내야 한다.

대입시험에 한 해 평균 900만명이 넘게 응시하는 중국도 교육비 지출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앤드루 키프니스 호주국립대 인류학과 교수는 2011년 중국의 교육열을 다룬 자신의 저서에서 “중국에선 중산층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빚을 내서라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며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길 바라고 교육만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켓리서치회사인 민텔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중산층 10명 중 9명이 자녀 교육을 위해 사교육비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모의 87%가 자녀의 해외 유학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마이클 세스 미국 제임스메디슨대 한국학 교수는 BBC에 “한국인들은 집이나 은퇴, 휴가에 들어갈 돈을 아껴 교육비에 지출한다”며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정행위로 얼룩진 경쟁

과도한 입시경쟁은 부정행위 학력위조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성적, 학벌로 평가 받는 사회 분위기는 학생들을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게 만든다.

인도에서는 시험 부정행위가 조직범죄화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에서 치러진 의대ㆍ치의대 입학시험(AIPMT)에서 시험지가 사전 유출돼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며 응시자 63만명에게 재시험을 치르라고 15일 명령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범인들은 시험지를 빼내 의대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시험문제를 풀게 한 뒤 고사장에 앉아 있는 수험생에게 휴대전화 수신장치 등을 이용해 답을 불러줬다. 수험생들은 대가로 150만~200만루피(2,600만~3,500만원)를 지급했다. 얼마 전엔 델리주 법무장관인 지텐드라 싱 토마르(49)가 자신이 학위를 땄다고 주장하는 비하르주 티카 만지 바갈푸르대 법학과 졸업장을 위조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해당 대학에선 졸업생 명단에 그가 없다고 밝혔다.

가오카오도 매년 시험이 끝나면 커닝과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 후폭풍이 상당하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소속 기자가 대학생으로 위장해 대리시험 조직에 잠입,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의 한 시험장에서 대리시험를 치렀다는 폭로성 보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부정행위도 잇따른다. 시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중국에서 지난달 치러진 SAT에 ‘보안 사고’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어 성적 발표를 연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검찰이 위조여권을 이용해 SAT 대리시험을 치른 사건에 연루된 중국인 15명을 기소했다.

미국 교육기업 홀렌 에듀케이션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중국인 학생 8,000명이 미국 대학에서 퇴학당했다. 절반 이상이 미국 100대 명문대학 학생들이었다. 퇴학 사유로는 시험 부정행위, 표절, 과제물 대리 의뢰 등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첸항 홀렌 개발책임자는 “중국인 학생들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 받았지만 지난 5년 간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는 속임수를 쓰는 부잣집 아이들이 됐다”고 말했다.

심리적 압박 멈춰야

전문가들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과 의사 토마스 믹루삭은 “대개 아시아 문화권이 아이들에게 언제나 뛰어나고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는데, 이런 강박적인 양육 스타일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우울증이나 두려움 같은 진짜 감정을 숨기게 할 수 있다”고 로스앤젤레스(LA)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에선 최근 캘리포니아주 산마리노고교에 다니던 아시아계 여학생 한 명이 시험 압박감에 시달리다 등굣길에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오카오에 응시한 경험이 있는 한 중국 학생은 CNN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미래까지도 결정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은 시골에 살거나 가난한 학생들도 도시에서 많은 혜택을 얻으며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시험이 주는 압박감을 설명했다.

WP도 천재 한인소녀의 대학 합격증 위조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성공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압박”에서 찾았다. 해당 학생이 다녔던 미국 버지니아주 토머스 제퍼슨(TJ) 과학고 학생주임 브랜드 코사트카는 “이런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과 성공에 대한 압박은 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생긴다”며 “학생들은 어른들을 실망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