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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수의 백네트] 노경은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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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수의 백네트] 노경은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름 '어머니'

입력
2015.06.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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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건강한 몸을 물려주셔서…."

기자와 마주 앉아 진행한 모든 인터뷰에서 노경은(31ㆍ두산)은 '어머니'란 단어를 빼 먹지 않았다. 지난 2012년 8월 어느 날이었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해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갑자기 투구수가 불어났는데 몸은 괜찮냐"고 묻자 "아무 문제 없다. 좋은 몸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1년 반 뒤 이번엔 2013시즌을 마치고 잠실구장 식당에서 마주했을 때도 그는 "몸은 괜찮다. 어머니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 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시즌을 맞이한 그는 토종 투수로는 가장 많은 3,000개의 공을 페넌트레이스에서 던졌다.

그의 입에서 다시 '어머니' 소리가 나온 건 올해 2월26일 일본 미야자키에서였다. 1차 전지훈련에서 턱 뼈가 부러져 입 안에 와이어를 끼고 있던 그는 동료들의 얼굴이 그리워 팀의 2차 캠프를 방문했다. 그는 "병원에 가니 오른쪽 턱이 사람 머리 만큼 부었다. 거울을 봤는데 누가 뒤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수술은 필요 없다고 한다. 역시 내 몸은 단단한 것 같다"고 농을 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6주 뒤면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들었다. 빠르면 4주 안에도 낫는다고 하더라"며 "예전에 갈비뼈 2개가 부러졌을 때도 치료가 금방 끝났다. 부모님이 좋은 뼈를 주셔서 그런지 이번에도 아주 심하게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은에게 어머니 전기순(50)씨는 그런 존재였다. 큰 부상 없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통뼈를 물려주신 분이었다. 하지만 턱뼈 부상을 털고 예상보다 빠르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뒤 며칠이 지났을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려왔다. 50세의 어머니가 유방암 4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암이 전이된 뒤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워낙 건강했던 분이라 처음 건강검진에서 재검 판정이 나왔을 때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것이 화를 불렀다. 그의 누나는 울며 불며 병원에서 밤을 지새웠고, 노경은은 그런 누나와 어머니 곁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재검 소견을 받고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지 못한 자기 자신만 원망했다.

노경은은 SNS에서 '엄마, 아들 야구 하는 거 보러 와야지'라는 글귀를 남기며 공을 던졌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들 법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훈련을 소화하며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그러다가 5월 중순부터는 100%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잇따라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시속 142~143㎞의 고속 슬라이더는 2012년 때의 구위를 보는 듯 했다. 두산 코칭스태프도 "역시 투수 중 최고의 구위다. 페이스를 이어가면 마무리 걱정은 없다"고 평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노경은의 SNS 글귀는 '엄마, 이젠 아프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로 바뀌었다. 암 판정을 받은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전 씨는 22일 위독해졌고, 23일 끝내 아들 곁을 떠났다. 노경은을 잘 아는 지인은 "동료들한테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느냐"며 "경은이는 분명 더 단단해져 돌아올 것이다. 그럴 선수다"고 말했다.

사진=두산 노경은.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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