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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웃을 일 아닌데, 왜 웃게 하시나

입력
2015.06.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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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랍시고 대통령이 살수차 대동해 논에 물 뿌리는 영상을 봤다. 처음엔 실소하다가 돌연 눈물이 났는데, 눈물 날 만큼 웃겼다는 소리 아니다. 진짜 서글퍼진 거다. 문득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일병 때 쯤, 뭔가에 벌점 사유가 생겨 동료 사병 몇 명이랑 변소 푸는 일에 동원됐다. 요즘 부대와는 차원이 다른, 순수 수동의 ‘푸세식’ 변소였다. 마스크와 우의 따위로 중무장했으나 그 처참한 점성과 냄새 앞엔 속수무책이었다. 겨우 바닥까지 퍼내고 인근 밭으로 가 호스로 뿌려댔다. 햇빛에 난반사하며 마구 뿜어져 나오는 ‘엑기스’는 여차하면 뿌리는 쪽으로 역류하기 다반사였다. 그러고 돌아와선 며칠 동안 악취에 시달렸던 기억. 지저분한 얘기, 죄송하다. 문제의 근본 해결과는 하등 무관할 ‘액션’으로 뭔가를 무마하려는 듯한 ‘그림’ 앞에서 나 역시 그 그림과는 무관할 옛일이 떠올라 짐짓 마음이 못나진 탓이다. 웃을 일도 아닌데 웃게 되고, 딱히 슬플 것까지는 없을 일이 돌연 상기돼 우울해지는 게 분명 정상은 아닐 터. 제대로 웃을 일에 웃고, 마음 아플 때 정갈하게 울 수 있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 아연하다. 정부든 출판사든 표절한 작가든, 밖으로 튈 게 안에서 썩으면 똥물로 역추출된다는 걸 깨닫는 게 무슨 중뿔난 철리(哲理)는 아니라 여긴다. 부디 비나 와라. 전신에 똥물투성이니 멱이나 감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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