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채무자 중에서도 가장 힘든 계층은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은행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 등 지금까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주로 은행권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정작 절실한 곳은 비껴갔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서민금융지원방안’은 그런 지적에 따라 저신용ㆍ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비(非)은행 대출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대출 최고금리를 지금보다 5% 포인트 낮추고, 햇살론 등 4대 서민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키로 하는 등 적잖은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3월말 현재 대부업체 대출총액은 약 11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이용자수는 약 270만 명이며 1인당 평균 대출액도 4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연이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적용금리는 98% 이상이 법정 최고금리인 34.9%다. 당장 푼돈이 급해 돈을 빌리는데 은행보다 10배가 훨씬 넘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신용의 악순환’이 벌어진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업체 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체는 물론 제2금융권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낮춰 상환부담을 상당히 덜 것이다.
서민 정책금융 공급 확대책도 주목된다. 현재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4대 서민 정책금융엔 연 4조5,000억 원이 공급돼 약 47만 명이 혜택을 입고 있는데 공급 규모를 5조7,000억 원으로 늘리면 6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 내놓기로 한 10%대 중금리 대출상품은 현재 금융권의 대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중요한 시도다. 사실 그 동안은 은행 문턱을 벗어나 제2금융권으로만 가도 단번에 금리가 턱없이 치솟아 중간등급 신용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주거ㆍ노후ㆍ교육 등 용도 제한에도 불구하고 10%대 중금리 상품은 그런 ‘금리 절벽’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대부업 대출 최고금리 인하만해도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를 더욱 엄격히 함으로써 한계 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공언하지만 그래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공급을 늘린 서민 정책금융도 적극적인 안내와 지속적인 창구 독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조차 되지 못하는 생색용에 그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작용의 현실화 가능성도 감안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현장 지원책이나 서민 정책금융의 능동적 업무를 뒷받침할 세부 보완책 등을 면밀히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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