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감시, 고발하는 유엔 북한 인권사무소가 23일 서울에 문을 열었다. 열악한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기구 차원의 조치라고는 하지만, 북한은 “체제 전복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어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개소식 행사에 참석해 “여기서 5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심각한 억압과 박탈로 얼룩진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사무소는 북한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기록하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인권사무소 설치와 관련해 체제 붕괴를 노리는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어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북한의 인권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자회견이 매년 서울에서 열릴 경우 대북전단 살포에 버금가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도 인권사무소 설치에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달라”며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지난 3월부터 간첩 혐의로 억류된 우리 국민 2명에 대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갑작스레 밝혔다. 사법절차에 따라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인권 침해 요소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맞대응 성격이란 분석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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