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메르스 성토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발생 초기 정부가 병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본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너에 몰린 문 장관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 정부 부실한 대응을 지적하며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안 의원은 문 장관을 상대로 ▦감염법 관리 기본원칙 미준수 ▦사태 초기 컨트롤타워 부재 ▦대규모 병원감염에 대한 사전 경고가 있었던 점 ▦삼성서울병원에서 평택성모병원과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점 등을 정부의 4대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의원이 “자진 사퇴 의향은 없나”라고 묻자 문 장관은 “메르스 사태 악화에 따른 책임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가 준수했다고 하는 WHO(세계보건기구) 의사소통 가이드라인 원칙에는 신뢰관계 구축, 신속한 발표, 투명한 정보공개 등이 있지만 정부는 그 어느 것도 따르지 않았다”며 “초기 병원 공개를 하지 않도록 한 것은 누구의 결정이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문 장관은 “병원 상황 등에 따라 공개 등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의료계, 병원,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상황에 맞춰서 판단했다”고 답했지만, 남 의원이 “최종결정을 내린 사람이 누구냐”고 재차 몰아붙이자 “제가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 총리와 문 장관을 번갈아 불러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황 총리와 문 장관은 “메르스 초기대응이 미흡했다. 송구하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도 질타는 이어졌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은 선제적이지 못하고 감염자 발생을 뒤쫓아 가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족한 역학조사관을 확대하고 중앙과 지방에서 유기적으로 신속히 움직이는 상시적 ‘즉각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기선 의원도 “초기에 컨트롤 타워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여 큰 혼란과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며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에 감염전문가, 역학전문가, 위험정보 소통전문가와 같은 훈련된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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