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 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대유행’을 초래한 14번 환자(35)가 완치돼 퇴원했다. 지난달 30일 확진 이후 23일 만이다. 100㎏이 넘는 거구의 이 환자는 병원과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 탓에 뜻하지 않게 전국을 메르스 공포로 몰아넣은 ‘슈퍼 전파자’다. 지금까지 80여명에게 메르스를 전파시켰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아 왔다. 그는 퇴원하면서 의료진에게 “개인신상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감염 피해자인 자신을 슈퍼 전파자로 부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23일 “14번 환자가 증상이 없어진 뒤 24시간 간격으로 PCR(유전자 검사)을 2회 받고 음성이 나와 21~22일 사이 퇴원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는 24시간 간격으로, 의심환자는 48시간 간격으로 검사를 받는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폐렴 치료 과정에서 많은 접촉자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지금은 다른 완치자와 상태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14번 환자는 호흡기 질환으로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같은 병동에 있던 국내 첫 메르스 환자(68ㆍ남)와 접촉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 있는 상태에서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가 뒤늦게 격리됐다. 때문에 이미 그와 직ㆍ간접 접촉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각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메르스 2차 유행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80여명이 확진자가 나왔다. 14번 환자가 마스크를 벗고 응급실 밖까지 누비고 다녀 외래환자, 응급이송요원까지 메르스가 전염됐다. 특히 이송요원은 9일간 병동 곳곳을 다닌 것으로 드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초유의 부분폐쇄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14번 환자로 인한 감염 피해가 확산된 것은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의 느슨한 상황판단과 대처 때문이란 지적이다. 병원 측은 응급실 환자와 의료진만 14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보호자와 방문객, 외래환자의 전염을 차단하지 못했다. 방역 당국은 이 병원에 상황관리를 맡긴 채 병원 이름 공개마저 꺼려 역시 초동 대응에 실패한 원인을 제공했다. 당국은 14번 환자의 대중교통 이용 사실을 무시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동선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첫 메르스 환자도 1차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음성은 맞으나 폐렴이 심해 2차 음성이 나온다고 해도 퇴원 수순을 밟는 건 아니다”며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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