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슈퍼 전파자’들은 발병 후 확진이 늦고, 모두 폐렴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정례 브리핑에서 98명의 확진자 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달 16일까지 자료수집이 가능했던 감염자 98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5명(1번 6번 14번 15번 16번)의 환자가 최소 2명 이상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이들은 발열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평균 8.2일이 걸렸다. 추가 전파를 하지 않은 93명의 환자 평균(4.6일)보다 평균 3일 이상이 늦은 것이다. 결국 발병 후 확진이 늦어져 조기에 치료하지 못했으며, 격리조치 역시 지연돼 병원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이들 5명은 모두 폐렴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 비전파 환자의 경우 절반(46.7%) 정도만 폐렴을 앓은 것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특히 이 중 4명(80%)은 양쪽 폐 모두가 폐렴에 걸릴 만큼 증상이 심각했다. 이재갑 교수는 “전파 환자들이 폐렴으로 인해 바이러스 배출이 아주 많은 상태에서 다수에게 노출되면서 다른 전염자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전파자 5명 중 3명(60%)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이 역시 비전파 환자(16.9%)보다 비율이 높았다. 환자 93명의 입원 당시 증상을 보면, 37.5도 이상의 고열이 8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침(37.8%), 가래 (23.5%), 근육통 (27.8%), 호흡곤란(18.4%), 두통(14.3%)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대한감염학회는 “여러 사람에게 전파한 환자들의 특징은 주로 호흡곤란이 있을 정도의 심한 폐렴이 진행됐다는 것”이라며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 중 특히 급성폐렴의 징후가 시작되는 의심환자들은 확진 환자에 준해서 엄격한 감염관리가 필요하고, 확진 전이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도 “조기 발견이나 진단이 안 돼 폐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경우와, 밀폐된 공간에서 노출된 경우에 감염자들이 많이 생긴다”며 “급성 폐렴환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에서 9명의 추가 감염을 일으킨 76번 환자는 자료 수집이 안돼 조사에서 제외됐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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