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씨가 “표절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고 문학출판사 창비가 문제의 책을 출고 정지키로 하면서 표절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신씨가 보다 적극적으로 표절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대조해 본 결과 표절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문학상 심사위원 등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며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창비 염종선 편집이사는 이날 “오늘부터 ‘전설’이 수록된 ‘감자 먹는 사람들’ 출고를 정지하고 이미 유통된 책을 수거할 것인지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책 자체를 절판할지, ‘전설’만 빼고 재출간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표절 논란 일주일 만에 작가가 입을 열면서 빗발치던 해명 요구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표절이 아닌 ‘표절 지적’을 인정하고 “어떤 소설이 온전히 그 사람만의 생각인가” “자꾸 자기 검열을 하면서 앞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여전히 표절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표절 인정이 좀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한 작가를 몰락하게 하는 것은 범죄보다 작가의식의 마비나 작가윤리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신씨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반응도 있다. 안도현 시인은 트위터에 “신경숙의 고백은 시기가 늦은데다 미진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자숙하고 근신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문제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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