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수업료 140만원 오른 곳도
'일반고 3배 수준' 행정지도 무색
인천의 A자율형사립고는 분기별로 부과되는 3개월치 수업료가 지난해 70만200원에서 올해 105만300원으로 훌쩍 뛰었다. 연간 수업료로 따지면 140만원가량 인상됐다.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의 수업료ㆍ학교운영지원비가 최근 2년 동안 크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 비해 높았던 수업료가 더욱 올라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학생들만 다닐 수 있는 ‘교육 계층화’가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공개한 ‘자사고ㆍ외고ㆍ일반고 교육비 인상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사고 45곳의 올해 연간 평균 수업료는 지난해보다 8만3,111원(2.1%) 오른 403만827원이었다. 외국어고 31곳의 연간 평균 수업료는 331만5,653원으로 지난해보다 25만2,241원(8.2%) 인상됐다.
반면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일반고 143곳 중 수업료가 오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 일반고의 평균 수업료는 119만9,312원이었다.
수업료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인건비ㆍ시설비 등 학교운영비용을 걷는 학교운영지원비는 수업료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됐다. 강원 횡성군의 민족사관고는 분기당 학교운영지원비가 281만5,500원에서 345만3,900원으로 올라 최근 2년간 250만원 인상됐다. 서울 세화여고는 8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이대부고는 10만원에서 24만원으로 올랐다.
학부모가 내야 하는 연간 평균 학교운영지원비는 자사고의 경우 118만8,176원, 외고는 39만579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각각 16만원, 6만7,000원가량 오른 액수다. 다만 일반고는 32만5,321원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수업료는 각 시ㆍ도의 조례에 따라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고, 학교운영지원비도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지 않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학비로 채워야 해 학비 상한선을 지침으로 내려보내기 어렵다”며 “다만 교육 물가나 학부모 부담을 생각해 일반고의 3배 수준으로 맞추라는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혜 의원은 “등록금이 동결된 일반고와 수업료를 많이 받는 자사고ㆍ외고 간의 교육여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일반 서민들은 자사고와 외고에 보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자사고ㆍ외고가 등록금을 대폭 올리지 못하도록 시행령 개정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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