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한 사람, 한 아이의 아버지로 묻고 싶습니다. 지난 34일 동안 국가가 있었습니까?”
‘초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안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2013년 4ㆍ24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후 처음이라 여러모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안 의원이 본회의장 연단에 선 것 역시 지난해 4월 당 대표 자격으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이날 안 의원은 야당 의원 5명 중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공격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특히 이날 대정부 질문의 주요 이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였던 터라 안 의원의 입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안 의원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지닌데다 그 동안 당내 메르스대책위원회 활동을 했고, 지난 주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현장까지 직접 찾아가 수첩에 메모를 해가며 열심히 취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이 메르스 정국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며 대중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는 반면 안 의원은 ‘조용히’메르스 관련 행보를 해오던 중이었습니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안 의원이 무엇보다 신경을 쓴 부분은 모두 발언이라고 합니다. 안 의원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오늘까지 관련 사망자가 27명까지 이른 것에 대해 큰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던 상태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안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부터 대통령을 향해 “전국민이 (메르스와의)전쟁 상황에서 사령관 애타게 찾을 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며 “부정함을 넘어 철학 없는 정부”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모두 발언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대정부질문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안 의원이 직접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합니다.
안 의원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차례로 불러 “국민들이 정부 대응에 대해 한가하고 한심하다고 느낀다”며 정부의 4대 실책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감염병 관리의 기본원칙도 지키지 않았던 대응을 비롯해 ▦메르스 발생 1년 전 병원감염 확산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안이한 대응 ▦국가방역관리망이 뚫린 후에도 총력대응에 나서지 않은 늑장대응 ▦삼성서울병원에서 평택성모병원의 실수를 되풀이한 점 등을 설명한 안 의원은 이런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워포인트 화면을 본 회의장에 띄우기도 했습니다.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시각적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많이 활용해 호평을 받았던 안 의원이 자신의 장점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십분 활용한 것입니다.

사실 안 의원은 국회에 첫 발을 내디뎠던 2013년 의원 선서 때 의장과 의원들에 대한 인사를 빠뜨릴 정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만 이날은 문형표 장관의 자진 사퇴를 강하게 요구할 만큼 ‘깡이 세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 의원의 잇따른 추궁에 문 장관은 “어떤 경우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진땀만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리더십과 카리스마 부족이라는 세간의 평을 날려버린 안 의원의 대정부 질문이었지만 여전히 초선의 ‘풋풋함’이 채 지워지지 않은 것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질문 초반 더듬거리며 떨려 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혹시 저러다 울기라도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게 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후 질문이 계속되며 수줍어하던 안 의원은 돌변해 정부 관계자를 몰아세웠습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이)국회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수 천 번 카메라 앞에 섰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평상시 태도를 유지 못하고 긴장하더라”며 “아직도 그만큼 순수한 게 아니겠나”고 전했습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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