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홈런왕 차지 넥센 박병호
시즌 10호까지 48경기 늦은감
6월 들어 본색, 어느새 22개 2위
넥센 박병호(29)는 지난해까지 3년간 홈런 레이스를 주도했다. 첫 홈런왕에 오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과 30홈런고지를 모두 선점했다. 마지막에도 항상 그가 웃었다. 2012년 31개, 2013년 37개, 2014년 52개로 매년 홈런 수를 늘려가며 3시즌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슬러거다.
올 시즌 초반에는 다소 주춤했다. 48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19일 LG전에서야 시즌 10호를 기록했다. 지난해 28경기 만에 10호포를 쏘아 올렸던 페이스에 비해, 그리고 다른 타자들과 비교해도 늦은 감이 있었다. 당시 나바로와 최형우(이상 삼성)는 나란히 14개의 아치를 그려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고, 강민호(롯데)와 테임즈(NC)는 각각 12개씩을 때려내 공동 3위에 올랐다. 넥센 유한준과 SK 브라운은 11개씩의 홈런으로 공동 5위였다. 박병호는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 본색이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까지 25경기에서 6홈런을 쏘아 올린 그는 5월 27경기에서 9개의 대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6월에 치른 17경기에는 7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역대 14번째로 4시즌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어느덧 홈런 순위도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1위 강민호(23개)와는 단 1개 차이인 22개다.
덩달아 타율 0.341로 부문 4위에 올라 있고, 90개의 안타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59개로 전체 3위, 팀 내 1위다. 결승타는 7개로 역시 팀에서 가장 많다. 올 시즌 넥센 주전 타자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할 때도 그는 홀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팀의 중심을 책임졌다.
뒤늦게 발동이 걸린 이유에 대해 박병호는 “장타가 한 번 터지기 시작하자 여세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럴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작년의 내 페이스가 너무 빨랐던 거다. 올해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홈런 레이스도 그를 흔들지는 못한다. 박병호는 “다른 선수들이 굉장히 잘 치고 있다. 내 페이스가 늦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작년의 내 페이스는 너무 오버 페이스였다”고 말했다.
‘지키던 자리’에서 ‘추격하는 위치’로 바뀌었지만 박병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홈런 레이스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홈런을 마음 먹는다고 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의식하면 안 된다. 항상 홈런 수나 순위보다는 팀 승리가 먼저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 중심타자의 책임감만큼은 그대로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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