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공공장소에 게양 금지 법안 발의"
눈치보던 일부 공화당 의원도 가세… 오바마, 26일 장례식 참석하기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에 대한 미국 사회 전반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미시시피주가 이 깃발의 철거 방침을 밝혔다. 이 운동이 미국 남부 전체로 번질지 주목된다.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부연합기를 주의사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헤일리 지사의 언급은 찰스턴 총기난사 이후 닷새 만에 나온 것인데, 평소 철거를 주장하던 민주당은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유보적이던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지지 대열에 가세했다.
헤일리 지사는 “깃발이 우리 과거의 일부이지만 미래를 상징하지 않는다”며 “우리를 갈라놓는 이 상징물을 제거해 더 조화로운 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그 깃발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잔인한 과거 인종주의의 상징”이라며 “주 의사당 구내에서 그 깃발을 내릴 때”라고 말했다.
필립 건 미시시피 주 하원의장도 이날 저녁 미시시피 공식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엠블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우리를 규정토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주기의 교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들은 건 의장이 남부연합 엠블렘을 주기에서 빼자고 주장한 미시시피 주 최초의 선출직 공화당 인사라고 의미를 뒀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일부 백인 사회에서는 남부연합기를 지지하는 여론이 여전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리 브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은 “깃발 철거는 스탈린식 역사 지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한 철부지의 행동 때문에 이 깃발의 상징성이 훼손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월마트나 아마존 닷컴 등 업계도 이 깃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수렴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남부연합기가 새겨진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한데 이어, 아마존과 이베이 등 인터넷 쇼핑몰도 판매 중지를 검토 중이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월마트는 이날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제품을 공급하기 싫다”며 남부연합기가 새겨져 있거나 이를 홍보하는 제품을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CNN방송도 아마존닷컴과 이베이가 남부연합기를 디자인 소재로 한 주머니칼, 티셔츠, 담요, 샤워커튼을 판매 중인 것을 소개한 뒤 이들 업체가 인종주의 논란을 불러 일으킨 해당 상품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찰스턴 사건 이후 ‘검둥이’(Nigger)라는 금기어까지 사용하며 미국의 인종주의 실태를 질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26일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키로 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금기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반응에 대해서도 놀라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 단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강조해 온 요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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