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당국에 신고도 안 해
군산시, 시민 전화로 알고
주민대피령 조치도 외면
지난 22일 오후 OCI 전북 군산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나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OCI는 행정 당국에 기본적인 보고도 않았을 뿐 아니라 소방서 신고도 지연하는 등 초동 대처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군산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분 소룡동 OCI 군산 폴리실리콘 2공장에서 원료물질인 염화규소(SiCI4) 62㎏가량이 외부로 누출됐다. 염화규소는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공장측에서 소방서에 사고 신고를 한 것은 7분 뒤인 오후 4시 10분이고,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에 진입한 시간은 사고 17분이 지난 오후 4시 20분으로 확인됐다. 군산시는 오후 4시 18분께 민원인 신고로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
이러는 사이 염화규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하얀 연기가 인근 하늘을 뒤덮었다. OCI 관계자는 지연 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 “사고 대응에 신경 쓰느라 미처 신고를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 사고로 공장 생산팀 근무자 1명이 가스를 흡입, 호흡곤란과 두통 증세를 보여 현재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민 12명이 메스꺼움과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6명은 퇴원했고 6명은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고가 나자 공장 측은 공정 운전을 중지했고 누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압력을 낮추고 인근 주민에게 방독면 30여개를 나눠줬다. 공장측은 새만금환경청이 공장 외곽에서 110 ㎙떨어진 공장 정문과 주변 아파트 인근에서 2차례에 걸쳐 농도를 측정했으나 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산시 등 관계 당국의 허술한 사고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독물질의 유출량으로 봤을 때 위험의 정도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단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후속 조치를 내리는 게 상식이지만 군산시는 신고접수 후 현장 확인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서 인근 동사무소에 통보해 주민이 창문을 닫도록 하는 등 대책을 취했다”고 해명했다.
소룡동에 사는 김모(52)씨는 “군산시나 어느 기관에서도 사고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SNS로 소식을 접했다”면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공장과 군산시가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 해 주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했다.
한편 OCI 허관 군산공장장은 23일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관계기관과 철저한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 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장 주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해 주민 피해나 농작물 피해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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