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북한이 심각한 가뭄 난을 연일 보도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이 피해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왜 북한은 갑자기 100년 내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하는가’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가뭄난으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농업 생산량도 하락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가뭄 피해 상황을 과장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3일 “지난해에 100년 내 가장 심한 왕가물(가뭄)이 든 데 이어 올해에도 조선의 전반적 지방에서 가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강수량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 3월부터 황해도 해주에 181㎜, 사리원에 102㎜의 비가 내렸다”면서 “이는 황해도 연간 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황해 지역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는 조선중앙통신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WP는 “북한 언론은 지난해도 ‘100년 만의 최악 가뭄’이란 표현을 쓰고, 2001년에는 ‘1000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라고 보도했다”면서 “북한의 발표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WP는 북한의 이번 가뭄 사태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대량 아사사태로 번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연이은 자연재해로 쌀 생산량이 하락하면서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에서 약 300만명 정도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WP는 고난의 행군 때는 북한 주민들이 배급제에 주로 의지해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굶어 죽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정부 당국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남한 당국 등이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긴급지원에도 나설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고난의 시절 같은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가뭄 피해 상황을 과장해 알리는 것은 국제사회의 막대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WFP는 지난 18일 북한의 가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WP는 “5세 이하 아동의 28%가 만성적 영양실조를 겪는 등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북한이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 쌀 생산량이 약 14% 하락이 예상되는 등 북한은 암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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