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상품 연 5조7000억, 2018년까지 270만명에 22조 지원
대부업 금리 연34.9%서 29.9%로… 저소득·저신용 맞춤형 제도 마련도
"일자리 창출 등 근본 대책 없고 빚 늘려 땜질하는 미봉책" 지적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의 공급이 확대되고 그 금리는 내려간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연 34.9%에서 29.9%로 인하돼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구조조정하기 보다 또다시 빚을 늘려 땜질하는 식으로 서민지원책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대부업 금리 하한ㆍ정책금융 강화
23일 금융위원회는 여당과의 당정 협의를 거쳐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서민금융 정책 방향은 공급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특히 성실히 노력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4대 정책금융상품(햇살론ㆍ새희망홀씨ㆍ미소금융ㆍ바꿔드림론)의 공급 규모를 연간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매년 47만명에서 60만명으로 늘어난다. 올해 말 끝날 예정이던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대출이 2020년까지 연장되고, 주요 정책금융상품 금리가 최대 1.5%포인트 낮아진다. 임 위원장은 “2018년까지 서민 270만명에게 22조원의 정책자금을 신규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 39.9%에서 34.9%로 인하됐던 대부업 금리 상한선도 연 29.9% 수준으로 다시 내려간다. 금융위는 “저금리 덕분에 대부업체 36개사의 평균 대출원가가 최근 2년간 4.35%포인트 감소해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며 “대형 대부업체 작년말 당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31.8% 증가한 점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설ㆍ확대되는 서민금융제도
금융위는 이번 방안에서 기존의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책을 다수 내놓았다.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을 1년 이상 성실히 갚는 경우 최대 500만원까지 추가로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주고,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을 2년 이상 성실히 받으면서도 신용유의자로 분류돼 신용카드 발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액신용카드(월 50만원 한도)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또 정책금융상품을 장기간 성실히 상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부업이나 사금융보다 낮은 금리에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연리 9% 수준의 징검다리론을 운영하기로 했다.
대출을 성실히 갚는 사람들을 위한 재산형성 저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미소금융 대출 상환자 중 차상위계층 이하인 경우에 개인이 월 10만원 이내의 금액에서 자율적으로 저축을 하면, 미소금융재단이 최대 3년간 저축액의 3배를 추가로 저축해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반 서민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전세대출 전환 상품이 이르면 이달 중 마련된다. 제2금융권에서 빌린 고금리 전세대출을 연 3~4% 이자 수준의 시중은행 전세보증 상품으로 바꿔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자녀가 초중고에 재학 중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상위 계층 이하 가구는 500만원 한도 내에서 교육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의 차상위 계층 이하 저소득층에게 보장성 보험료를 1년간 지원해 주는 대책도 포함됐다.
대출 늘리면 서민생활 나아질까
정부의 이번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에는 일반 서민뿐 아니라 저소득층, 저신용자, 장애인, 노인층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제도가 고루 포함됐다.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의 문턱이 낮아지고, 금리 부담마저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나 저소득층 소득 확대 방안 등의 근본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돈만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잠시 통증을 완화해주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이런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빚을 안내게 하는 것”이라며 “가계 부채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지 이렇게 가시만 뽑으면 오히려 곪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 생활의 질과 관련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조세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풀 일이지 돈을 융통해 주는 금융정책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복지로 해결할 문제를 대출로 해결해 온 잘못된 방향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차상위 계층 이하에 대한 대출이 상환되지 않으면 이들을 다시 신용불량자로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원 강화방안에 서민들의 주택대출 부담 해소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다. 3월 인기를 끌었던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 혜택이 주로 원리금 동시 상환 여력이 있는 신용등급 1~3등급의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 돌아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이번 방안에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등 서민 주택대출 관련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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