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죽는다. 망자는 소년과 전투경찰이다. 장소는 민감한 곳이다. 경찰이 재개발 예정지에서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불꽃이 튀고 쇠파이프가 허공을 가른다. 안개 같은 연기가 가라앉으며 쓰러진 두 사람이 발견된다. 철거민의 아들과, 강제 철거에 나섰던 젊은 전투경찰의 죽음이 영화 ‘소수의견’을 연다.
두 죽음을 두고 법리가 맞선다. 검찰은 철거민 재호(이경영)가 용역 깡패의 폭력에 의해 아들이 죽자 애먼 경찰을 공격해 살인에 이르렀다고 재호를 기소한다. 재호는 아들을 폭행하던 경찰을 제지하려 폭력을 휘두르다 일어난 사고이니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는 용역 깡패를 내세우는데 재호는 본인을 빼면 법정에 세울 증인이 딱히 없다.
검찰은 완력에 가까운 권위로 재호의 정당방위 주장을 누르는데 내세울 것 없는 국선변호사 진원(윤계상)이 싸움에 끼어들며 판세에 변화가 일어난다. 재호의 형량을 줄이는 게 일이었던 진원은 재호의 읍소에 무너지고, 선배인 이혼전문변호사 대석(유해진)을 끌어들이면서 골리앗과의 싸움을 자처한다. 일간지 사회부 여기자 수경(김옥빈)이 합류하며 싸움판이 커진다.
영화는 국가와 개인의 다툼을 펼쳐낸다. 검찰은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재호와 진원 등이 소시민의 편에 선다. 철거현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고 누구의 진술이 맞는 것일까? 검찰은 왜 재호와 진원 등에게 위압적인 행태를 일삼으며 진실 대신 자신들의 믿음에 맹종하는가? 영화는 법정 다툼을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며 의문에 대한 답변들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극적 긴박이 빚어지고 서늘한 웃음이 전달된다.
용산 참사를 연상시키는, 사회성 짙은 영화로만 여겨질 수 있다. 영화가 밑그림으로 삼은 동명 원작소설이 용산 참사를 모티프로 삼았다니 그런 편견을 쉬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진용을 살피면 이 영화가 그저 사회적 메시지에만 매달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윤계상과 유해진과 김옥빈을 영화의 얼굴로 내세웠다. 이경영과 김의성, 권해효, 장광이 주연 못지 않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구성되기 힘든 출연진이다.
영화는 역시나 경직된 검찰 조직, 법조계의 끼리끼리 문화 등 한국사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 이면을 까발리며 비판적 성향을 드러낸다. 동시에 상업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국선변호사와 이혼전문변호사가 의기투합해 국가를 상대로 100원 소송을 건다는 설정부터가 전복성을 지닌다. 영화는 이런 전복성을 상업적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진원 등이 절대 강자로 여겨지는 검찰의 허점을 파고들며 법정에서 승기를 잡아가는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은 쾌감을 느낀다. 영화는 그렇게 비판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렵사리 잡아간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든 의문들. 민감한 소재라고 하나 상업적인 완성도가 높은 이 영화를 CJ E&M 영화사업부문은 왜 2년 동안 묵혀두었을까? 개봉을 계속 미루다 결국 시네마서비스에 배급권을 넘길 정도로 이 영화의 상업적 성공에 자신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의혹과 의문과 무관하게 ‘소수의견’은 충분히 재미있고 많은 관객이 공감할 영화다. 당신이 국가를 절대선으로 생각하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라면, 또는 엘리트주의에 젖은 폐쇄적 사고의 법조인만 아니라면 즐기기 무난한 상업영화다. 김성제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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