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마지막 핀타(Pinta)섬거북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가 2012년 6월 24일 숨졌고, 지구는 그만큼 외로워졌다.
갈라파고스 거북의 15개 아종 가운데 핀타섬거북은 먼저 멸종된 두 종 중 하나로, 한동안 알려져 왔다. 이들 종은 몸집이 큰 데다 1년씩 굶어도 버틸 만큼 명이 질겨, 옛적부터 긴 항해에 나서는 포경선원이나 해적들의 신선한 비상식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50년대 섬에 방목된 염소들이 엄청난 먹성과 번식력으로 거북의 주식인 풀, 즉 서식환경을 결딴낸 게 치명적이었다.
‘외로운 조지’는 1971년 11월 헝가리의 한 연체동물학자에 의해 핀타섬에서 발견됐다.거북은 곧장 인근 산타크루스 섬의 찰스다윈연구소로 옮겨져 줄곧 보살핌을 받았다. 연구소는 수 차례 유사 아종 암컷과 합사해 번식을 유도했고, 합당한 ‘배필’을 주선하는 이에게 1만 달러 사례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몇 차례 산란에는 성공했지만, 2세를 보지는 못했다. 그 사이 조지는 멸종위기종의 딱한 처지와 갈라파고스의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모델로, 또 연구소를 홍보하는 귀한 모델로, 에콰도르 대통령보다 더 유명해졌다.
갈라파고스 거북의 수명은 약 180~2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숨질 당시 조지는 약 100살. 더 젊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공식 사인은 “노화에 따른 심장 이상”이었다. 조지의 사체는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져 박제된 뒤 한동안 전시되다가 산타크루스 섬으로 되돌아갔다. 에콰도로 정부는 수도 키토에 두려 했으나 갈라파고스 시당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에 밀렸다.
‘외로운 조지’의 말년이 이름처럼 외로웠을지, 외로울 새도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고 제 서식지에서 제 일상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도 물론 부질없다. 분명한 것은, 그를 외롭게 만든 것도, ‘외로운 조지’라는 이름을 붙여 ‘관리’한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스탠퍼드 등 대학 연구팀은 지난 19일 ‘사이언스 어드밴스’보고서에서 20세기 동물 멸종 속도가 ‘인간 이전’에 비해 110배 빨려져 지구의 6번째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고, 인간도 거기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1세기 지구 양서류의 41% 포유류의 26%가 멸종 위기다. 그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할 만한 소식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