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겉으로 드러난 지표로만 볼 때 두산의 순위는 미스터리라 할 만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5.03으로 7위, 불펜 평균자책점은 5.75로 9위다. 두산은 팀 분위기에 가장 치명적인 '7회까지 앞선 경기의 역전패'도 7차례로 가장 많다. 하지만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에이스 니퍼트가 빠졌고, 노히터 투수 마야가 퇴출됐지만, 6월 17경기에서 9승8패로 선전 중이다.
역시 야수들의 집중력 덕분이다. 팀이 추락할 수 있는 위기마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실책이 35개로 KIA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다. 6월에는 4개로 10개 구단 중 최소 1위다. 여기에 내외야에서 호수비가 이어지며 상대 공격 흐름을 끊고 있다.
그런데 그런 야수들이 마무리 투수만 올라오면 이상하게 흔들린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지난 21일 "당분간 마무리 자리는 오현택-이현승 더블 스토퍼 체제로 간다. 기존 마무리 노경은에게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시즌 초 마무리였던 윤명준이나 노경은이 던질 때마다 경기가 꼬여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투수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6-4로 앞선 8회 2사 후 등판해 ⅔이닝 5피안타 4실점하며 무너졌다. 8회말을 잘 막고 9회초 야수들이 1점을 달아나 3점 차의 다소 여유로운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사 후 박한이에게 좌월 3루타를 허용한 뒤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이 타구는 좌익수 장민석이 충분히 낚아챌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타구가 급격히 휘어져 나가며 3루타가 됐다. 이후 노경은은 2개의 안타, 최형우에게 결승 3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19일 롯데와의 경기도 아쉬웠다. 2-2이던 9회 1사 후 등판한 노경은은 2사 1ㆍ3루에서 나온 사인 미스로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롯데 1루 주자 황재균은 2루 도루를 했고, 두산 포수 최재훈이 텅 빈 2루를 향해 송구하면서 3루 주자 아두치가 홈으로 들어왔다. 노경은은 타석에 있던 최준석과의 볼카운트가 2볼-2스트라이크로 나쁘지 않았고, 최근 최준석의 타격감을 볼 때 범타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플레이로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시즌 초 '임시' 마무리를 맡았던 윤명준도 따지고 보면 불운의 아이콘이다. 결정적인 홈런을 몇 차례 맞았지만, 8회까지 견고했던 야수들이 실책이나 실책성 플레이를 하면서 윤명준이 흔들린 적도 많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달 17일 광주 KIA전이다. 3-3이던 9회 마운드에 오른 윤명준은 대타 최희섭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김원섭을 1루수 실책으로 내보냈다. 이후 계속된 2사 1ㆍ2루에서 상대 4번 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그는 4월30일 잠실 kt전에서도 4-2이던 9회 등판해 야수들이 한꺼번에 2개의 실책을 쏟아내자 4-4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결국 불안한 뒷문 사정을 감안할 때 야수들이 9회에 더욱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마땅한 클로저가 없는 지금은 야수들이 마무리 투수들을 도와줄 때다.
사진=두산 노경은.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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