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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명쾌히 인정했어야” 신경숙 입장에 여전히 아쉬움

입력
2015.06.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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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표절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제공
소설가 신경숙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표절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제공

소설가 신경숙씨가 표절 논란이 제기된 후 처음으로 직접 언론에 “표절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표절 의혹이 제기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읽은 기억은 없다고 했지만 자신의 소설 ‘전설’과 대조해본 결과 스스로의 기억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씨가 입장을 밝히라며 빗발치던 해명 요구는 잦아들고 있지만, 문단 안팎에선 좀 더 적극적으로 잘못을 인정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씨는 22일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전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문학상 심사위원 등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들을 비롯해 내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며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 일주일 만에 작가가 직접 입을 열면서 빗발치던 해명 요구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표절이 아닌 ‘표절 지적’을 인정하고 “어떤 소설을 쓰면 그것은 온전히 그 사람만의 생각인가” “자꾸 자기 검열을 하면서 앞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등의 발언으로 여전히 표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0년 이미 신씨의 ‘전설’에 대한 표절 의혹을 지적했던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방송에서 “표절 의혹을 수긍하지 않으면서 자기 변명에 치우친 인터뷰”라며 “스스로 약자인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표절 인정이 좀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한 작가를 몰락하게 하는 것은 범죄보다 작가의식의 마비나 작가윤리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사과를 했으니 앞으로 신씨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안도현 시인은 트위터를 통해 “신경숙의 고백은 시기가 늦은데다 미진한 감이 없는 게 아니다”며 “하지만 어떻게 자숙하고 근신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문제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16일 신씨의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일부가 일치한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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