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올해 넥센 김하성(20)의 출발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28·피츠버그)의 '대체자'였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에 들어선 현재 김하성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누군가를 '대신'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선수가 돼가는 중이다.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하성은 올해 주전으로 첫 풀타임을 치르고 있다. 작년까지 넥센 주전 유격수로 뛰던 강정호가 떠나며 빈 자리를 꿰찼다. 단순히 '운'이 아니었다. 입단 당시 68kg에 그칠 만큼 마른 체격이었지만 10kg 가까이 몸무게를 늘려 힘을 키웠다. 지난 시즌 내내 가장 먼저 운동장에 나와 홍원기 수비 코치와 특별 훈련을 할 만큼 열의를 불태웠다.
기회를 만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중이다. 이제는 대형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올 시즌 그는 타율 0.297, 13홈런 46타점 11도루를 올렸다. 4월까지 타율 0.326, 6홈런 16타점으로 순항하던 그는 5월 한 달간 타율 0.221, 2홈런 15타점으로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6월 들어 치른 17경기에서 타율 0.361, 5홈런 15타점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위기를 넘기며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다.
특히나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기에 더 눈에 띄는 성적이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넘볼 만하다. 역대 20-20 클럽에 가입한 선수 중 유격수는 이종범(1996·1997·2003년)과 강정호(2012년) 뿐이다. 김하성은 남은 시즌 동안 7개의 홈런과 9개의 도루를 추가한다면 역대 세 번째로 유격수 20-20 클럽 가입자가 된다. 리그를 주름 잡았던 이종범과 강정호의 뒤를 잇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신인왕 후보로도 단연 돋보인다. 역대 신인왕 중 유격수 출신은 1994년 유지현뿐이다. 그만큼 신인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포지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하성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주며 '역대급 유격수' 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힘든 내색도 없다. 김하성을 보면 늘 흐뭇한 미소를 짓는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치지를 않는다. 보통 60경기 이상이 지나면 지칠 때가 오는데 개막 후 거의 쉰 적이 없는데도 지칠 줄을 모른다"고 흡족해했다. 김하성은 올해 팀이 치른 70경기 중 단 두 경기를 제외한 68경기에 나왔다. 23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허리 통증으로 하루 휴식했다.
'프로의 무게'에 부담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경기 출장' 만으로도 기쁜 '신인'이다. 김하성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항상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직접 뛰는 게 재미있다"며 웃을뿐이다.
사진=넥센 김하성.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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