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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복면가왕'의 방송 내용 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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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복면가왕'의 방송 내용 유출 사고

입력
2015.06.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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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의 정은지. MBC 방송 화면 캡처
'복면가왕'의 정은지. MBC 방송 화면 캡처

철저한 보안 유지를 인기 요인으로 삼은 방송프로그램의 기밀이 미리 새나갔다. 관련 회사는 공식 사과하고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도 네티즌들의 의문과 불만은 쉬 가라앉지 않는다. 지나친 이익 추구가 부른, 예정된 사고였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음원사이트 벅스뮤직 홈페이지의 MBC 가요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게시판에는 뜻밖의 내용이 올라왔다. ‘복면가왕 12회-혼자서도 빛났던 정은지의 복면가왕 도전기!(풀영상 독점 무료공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다. 게시물 속 사진은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의 환한 얼굴을 담고 있었다. 정은지는 일명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의 복장인 고무줄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는 정은지가 ‘복면가왕’에서 출연자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속이기 위해 사용한 별명이다.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이날 방송된 ‘복면가왕’ 12회편을 통해 공개됐다. 벅스 홈페이지의 정은지 게시물은 방송 전에 게재됐다. 방송으로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의 정체가 밝혀지기도 전에 ‘복면가왕’과 음원 공개 제휴를 맺은 음원사이트에 신원이 먼저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복면가왕’은 복면에 의해 가려진 가창력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찾는데 프로그램의 방점을 찍고 있다. 프로그램의 생명과도 같은 보안이 유지돼지 않았으니 관계자들은 당황하고 시청자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벅스뮤직은 22일 오후 “내부적인 실수로 확인됐다”며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으나 아직 ‘사고’ 경위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경위야 어쨌든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은 조급증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복면가왕’ 방송 직후 복면들의 정체와 함께 그들의 음원을 공개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복면가왕’ 음원을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고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

가뜩이나 지상파방송인 MBC가 음원 장사로 악착같이 돈벌이에 나서야 되냐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유출 사고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따가울 수 밖에 없다. 어느 네티즌은 “생방송으로 가자… 생방으로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당장의 음원 판매에 얽매이지 말고 프로그램 본질에 더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MBC는 벅스와 계약해지를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결국 비밀 유지가 생명인 프로그램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음원 판매도 좋으나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에 좀 더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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