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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 유산을 소외 이웃에…" 남양주의 따스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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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 유산을 소외 이웃에…" 남양주의 따스한 약속

입력
2015.06.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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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로는 유산기부운동 첫 시작

희귀병 아들의 보험금 기탁한 엄마

100세 맞은 할아버지 장례비까지

참가 시민 10여명 모두 기초수급자

동참자 갈수록 늘어… 내달 기념식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유모(35ㆍ여)씨는 국내에 단 3명만 보고된 희귀난치성질환 ‘알란 헌든 더들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4)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유씨는 지난 4월 초 아들이 세상을 뜰 경우 사망보험금 2,000만원의 수령인을 자신이 아닌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로 변경하며 남양주시 유산기부운동의 첫 번째 참가자가 됐다.

유씨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돌보는 자신에게 생활비 등을 모금해주며 지원해준 센터의 고마움에 답한 것이라 했다. 그는 “아이가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난 뒤 가난이 얼마나 서러운지 알게 됐다”며 “우리 같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산기부는 생전 자신의 재산 일부나 전부를 소외계층에 기부하기로 하고, 본인 사망 후 기부가 집행되도록 필요한 법적인 절차를 마치는 활동이다. 2005년 일반인 2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유산기부를 약속하며 국내에 처음 알려졌지만, 지난해까지 총 참여자가 45명에 불과할 만큼 아직은 생소하다.

남양주시가 지난 3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처음으로 유산기부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11명이 참가했다. 남양주시 유산기부운동의 참가자들은 뜻밖에도 모두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다. 이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200만~6,200만원씩 총 1억2,000만원 가량의 유산을 기부했다.

올해로 100세인 백씨 할아버지는 자신의 장례비 200만원을 선뜻 내놨다. 북한이 고향인 백씨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가족과 헤어졌고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어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왔다고 한다.

자식들이 질병으로 모두 일찍 사망해 홀로 생활하고 있는 은씨 할머니(86)는 월세보증금 900만원을 유산기부 했다. 이 보증금은 은씨 할머니가 밭일을 나가거나 허드렛일을 통해 한두 푼씩 모아 마련한 것이다.

유산기부 참가자 11명 가운데 아들 보험금을 내놓은 유씨와 자신의 장례비를 내놓은 백씨 할아버지를 제외한 9명은 모두 은씨 할머니처럼 자신의 마지막 재산인 전월세보증금을 내놨다.

참가자들은 유언장 작성을 통해 유산기부 의사를 밝혔으며, 시는 현재 이들 유산기부의 법적 효력을 위한 공증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는 다음달 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는 저소득층 이웃들의 유산기부 참여를 보고 형편이 나은 일반시민들도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왕균 시 희망복지과 과장은 “무연고자 재산의 경우 임차보증금 등 소유재산이 집주인 등 주변인에 의해 임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의 복지서비스를 받은 분들에게 유산기부의 의미를 설명하다 보니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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