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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놀이'에 빠진 TV

입력
2015.06.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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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이 가면에 빠졌다.

가수들이 얼굴 전체를 가리고 무대를 꾸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그 열풍의 중심이다. 한 자리대 시청률로 곤두박질 치던 '일밤'의 구세주 역할을 넘어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 매주 방송이 끝날 때마다 복면 속 주인공이 대체 누구냐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드라마 역시 '가면 놀이'에 빠졌다. 제목부터 '가면'인 SBS 수목극은 수애의 1인 2역 연기로 시작부터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동시간대 KBS 수목극에선 가면을 쓴 검사의 범죄 소탕을 그린 '복면검사'가 방영 중이다. SBS 월화극 '상류사회'도 신분을 감춘 재벌 딸과 그를 이용하려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인기를 끌고 있다.

복면의 판타지는 묘한 긴장감에 있다. 숨기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미스터리 효과는 자연스럽게 이슈를 재생산하고 있다.

'복면가왕'은 1대1 대결에서 패배한 가수만 복면을 벗는 방식이다. 이기든 지든 출연자들은 조명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승부에서 이기면 복면을 끝까지 벗지 않아야 하니 정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화제가 된다. 4, 5대 가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선 응원보다 이제 그만 패하고 얼굴이 공개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많을 정도다.

그 가면을 벗었을 때 반전 효과는 흥행의 열쇠로 대변된다. 그래서 대결에서 지고도 더 큰 주목을 받는 면이 있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루나, EXID 솔지, B1A4 산들 등 아이돌부터 지나, 가희 등 섹시 여가수들이 실력으로 호평을 받으며 기존의 편견을 깼다.

그 중에서도 홍석천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예상치 못한 수준급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쳤다. 남성적인 거친 음색을 펼치던 가면 속 주인공이 홍석천이라고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편견을 부수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그들의 사연은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홍석천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편견으로 좌절하는 사람을 순위로 매기면 내가 1~2등일 것"이라며 "편견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5대 가왕 문턱에서 패했던 작곡가 겸 가수 임세준은 "보다시피 내가 잘 생긴 편이 아니다. 그래서 외모나 여러가지 편견 없이 노래를 할 수는 무대를 꿈꾸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드마라 속 '가면 놀이'는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예능과 달리 시청자들이 누가 무엇을 숨겼는지 다 알고 시작한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표로 이어지고 유사한 소재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를테면 재벌 딸 행세를 하는 수애가 '가면'에서 "저는 가면을 쓰고 있어요"라고 말한 장면이 그렇다. 표면상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단골 대사다. 하지만 진실을 고백하는 지 그렇지 않는 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며 자체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직접 가면을 쓰고 나오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얼굴을 가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극을 표방한 '복면검사' 역시 '각시탈' '반칙왕' 등이 먼저 다뤘던 소재다.

이와 관련 한 드라마 관계자는 "수많은 갈등 곡선을 준비해야 하는 방송극 특성상 무언가 숨기고 시작하는 반전 소재는 필수"라며 "정체를 감추고 싶은 욕망과 알리고 싶은 모순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연출의 묘"라고 설명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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