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소설·희곡, 번역·전기 총망라
시 950편 수록 시전집 먼저 발간
29일 100세 생일 시잔치 겸 기념회
바다속에서 전복따파는 제주해녀도
제일좋은건 님오시는날 따다주려고
물속바위에 붙은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전복도 제일좋은건 거기두어라
-서정주 ‘시론’ 일부
미당 서정주(1915~2000) 탄생 100년을 맞아 그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시인의 전집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온다.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집간행위원인 이남호 고려대 교육부총장은 미당의 ‘시론’을 언급하며 “미당이 평생 따지 않고 남긴 제일 좋은 전복이 이번에 나온 전집이 아닐까 한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미당 전집은 1974년 일지사가 전 5권으로 처음 펴냈고, 이후 민음사에서 시 전집을 1983년, 91년, 94년 세 차례 출간했다. 그러나 2011년 재계약 과정에서 전집을 산문까지 확대하자는 유족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계약이 종료됐다. ‘겨레의 말을 가장 잘 구사한 시인’ ‘한국시의 궁륭천장’ 등 미당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을 생각할 때 몇 년간이나마 그의 전집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번 전집은 미당 사후 나온 첫 정본으로 총 20권이다. 이날 먼저 발간된 시 전집 5권에는 미당이 70여년 간 쓴 950편이 실렸다. 이후에 나올 책들은 자서전(2권), 산문(4권), 시론(2권), 방랑기(2권), 옛 이야기(2권), 소설?희곡(1권), 번역?전기(2권)이다. 간행위원들은 내년 6월 30일(미당 탄생일)까지 전권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당의 제자인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미당이 70여년 간 쓴 거의 모든 글이 실렸다고 보면 된다”며 “이전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현대 문법에 맞게 고쳐 더 많은 사람이 미당의 글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미당 전집은 전집 작업 중에서도 난도가 높다. 평생 쓴 시만 1,000편에 육박하는 데다가 개작의 달인이라 같은 시라도 초고노트와 시집, 시선집, 시전집, 시비에 쓰인 게 각각 다르다. ‘선운사 동구’라는 시에서 미당은 ‘아직도’를 ‘오히려’로, ‘시방도’로, 다시 ‘상기도’로 수 차례 바꿔 썼다. 간행위는 이중 무엇을 정본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미당이 마지막으로 시비에 쓴 ‘상기도’가 서정주 시 특성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정본으로 결정했다.
출판사와 언론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도 큰 일이었다. 일간스포츠는 1987년 7~12월 담시로 쓴 자서전 ‘팔할이 바람’을 게재했는데 혜원출판사가 1988년 이를 시집으로 간행하면서 한자를 대거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 오독해 잘못 쓴 것이 20여군데나 된다. 이중 일부는 민음사 전집까지 이어져 최근까지 잘못 전해져 왔다.
간행위원들은 한자를 한글로 바꾸되 옆에 한자를 병기하고 띄어쓰기를 현대식으로 수정했다. 다만 미당이 문법을 무시함으로써 독창적 시세계를 구현했던 것을 고려, ‘시론’처럼 일부러 다섯 글자씩 맞춘 경우에는 그대로 뒀다. 윤 교수는 전집 외에 미수록 작품과 미발표작품 300여편을 따로 펴낼 계획도 밝혔다. 발표는 했지만 미당이 시집에서 뺀 것과 시작노트에만 써놓고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29일 오후 7시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는 미당 100세 생일 시잔치 겸 시전집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