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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경매 사이트서 태극기 유물 확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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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경매 사이트서 태극기 유물 확인하죠

입력
2015.06.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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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 이병근씨 800여점 모아

“해외 골동품 거래 사이트에서도 태극기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고 자주 거래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태극기를 수집하자는 생각으로 2009년부터 태극기가 달린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5일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서울셀렉션)를 출간해 자신이 소장한 태극기 유물을 소개한 이병근(48)씨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이자 우표 수집가다. 태극기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그가 수집가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09년 인터넷을 통해 발견한 한국 최초 태극기 ‘이응준 태극기’였다.

최초의 태극기는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역관 이응준이 전권부사 김홍집의 명령을 받아 만든 것이다. 이 국기는 조인식 때 성조기와 나란히 걸렸다. 이씨가 접한 미국 해군부 항해국 문서 ‘해상 국가들의 깃발(Flags of Maritime Nations)’에 나타난 태극기는 이응준 태극기를 토대로 그린 것으로 국내에는 2004년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진 바 있다. 이씨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박영효의 태극기(1882년 9월 제작)가 한국 최초로만 알고 있었던 내게는 신선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태극기가 달려 있는 것이라면 제작 장소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유물이 어느새 800여 점이 됐다. 이 중에 이번 책을 통해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10점이다. 왕위에서 물러나 태황제로 불리던 시절 고종의 사진을 담은 엽서는 대한제국 황실의 자주성을 강조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1904년 러일전쟁을 소재로 제작된 프랑스 보드게임도 흥미롭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각축을 벌인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청의 국기와 더불어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일본제 성냥이나 스페인의 담배회사, 독일의 초콜릿회사가 발행한 광고용 카드 등 다양한 유물에 태극기가 등장한다. 책을 감수한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해외에서 제작된 일상용품에 태극기가 남아 있다는 것은 대한제국의 국권이 사라진 후에도 태극기가 여전히 한국의 상징으로 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태극기 유물이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올라왔는지 확인한다는 이씨는 태극기를 통해 한국인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1개, 많으면 10개씩 집으로 물건이 전달됩니다. 그걸 세 딸과 함께 풀어보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는 “한국에 태극기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이나 문화단체가 없어 혼자서 태극기를 모으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며 “우선 조금이나마 책을 통해 제 소장품을 공개한 후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제 수집품이 한국인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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