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인들이 동요를 피아노 소나타로 선보이고, 트럭을 개조해 이동 콘서트를 벌이는 등 파격적인 클래식 대중화에 나선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자갈치 시장 김 여사가 좋아하는 나훈아 노래만큼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만들자”(지휘자 함신익)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화(42·서울대 피아노과 교수)는 최근 어른을 위한 동요 앨범 ‘NUNAYA:누나야’를 발매했다. ‘엄마야 누나야’ ‘고향의 봄’ ‘산토끼’ 등 동요를 뉴에이지, 재즈, 소나타 등으로 편곡한 앨범은 지난달 디지털음원으로 먼저 선보였고 8월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발매된다. 9월 20일부터 서울, 여수, 김포, 제주에서 연주회도 갖는다. 박 교수는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서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음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인 200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화제가 됐던 그는 2013년부터 시민들이 기부한 낡은 피아노로 대규모 거리 전시와 연주회를 여는 비영리민간단체 ‘달려라 피아노’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바로크시대 음악을 보존해 연주홀에서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대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씨가 대표로 있는 ‘더하우스콘서트’는 7월 1~31일 서울을 비롯해 27개국 155개 도시에서 432개 공연을 펼치는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연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재즈, 국악, 실험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대학로 예술가의집과 같은 공연장부터 학교 미술관 카페를 누빌 예정이다. 2013년부터 매년 7월 12일 수백명의 예술가들이 한날 한시에 수십개 공연을 여는 ‘원데이 페스티벌’의 판을 키운 것이다. 박 대표는 “관객이 일상에서 클래식 공연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키웠다”고 말했다.
함신익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은 3월부터 트럭을 개조한 이동식 무대로 전국 방방곡곡 관객들과 만난다. 5.5톤의 윙바디(적재함 문이 날개처럼 측면으로 열리는 트럭)는 문을 펼치면 길이 8.5m, 폭 8m, 높이 2m에 달하고 음향 반사판과 조명시설까지 갖췄다. 함 지휘자는 “국내 클래식 공연 관객은 상당히 편중돼있다. 전국 모든 사람들이 최소 한번은 클래식 음악을 직접 듣도록 하는 게 남은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윙 프로젝트’로 이름 붙인 이 사업은 베토벤 운명교향곡 등 친숙한 음악과 함께 함 연주자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3월 19일 서울 삼양동 미양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차례 열린 공연에 최대 1,200명까지 몰려들었다. 함 지휘자는 “기대보다 반응이 좋다.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한 달에 5,6차례는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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