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태를 꼬집는 풍자 개그로 인기를 얻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이 결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아무 설명도 없이 ‘민상토론’을 방영하지 않았다. 당장 시청자와 네티즌 사이에서는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정치 풍자의 수위를 높이며 인기를 얻던 코너였던 터라 갑작스런 결방이 의아했던 것.
‘민상토론’은 토론 사회자 박영진과 토론자로 나선 유민상 김대성이 최근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 설정을 통해 우회적으로 풍자하는 코너다. 최근에는 이완구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골프논란, MB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난 14일 방송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미흡한 정부 대응능력을 정면으로 꼬집어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유민상은 “정부의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박영진이 “그럼 정부의 위기 대처 방식에 점수를 매겨 달라”고 요구했다. 답변을 회피하는 유민상이 손가락으로 ‘O자’를 표시하자 박영진은 “0점이란 말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면 유민상은 언제나 그렇듯 온 몸을 좌우로 흔들며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정했다. ‘민상토론’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정부 비판이 아닌 박영진의 일방적인 답변 유도로 유민상의 코멘트를 받아내는 식이어서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다.
이에 시청자와 네티즌은 ‘민상토론’이 최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을 꼬집는 주제가 많아 KBS가 일부러 결방시킨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또 외압 받은 건가요? 개그를 개그로 보지 못하고, 풍자만 하면 다 없애버리고”(aya**), “가관이다. 처음으로 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후진적 대응 능력을 아주 조금 긁어줬는데, 설마 이것 때문에 결방?”(ju****), “아무래도 편집된 게 맞겠죠? 많이 실망스럽다”(pick****) “요즘 같은 세상에 볼 만한 프로그램이었는데…”(jon*****)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KBS의 한 관계자는 “‘개그콘서트’의 모든 코너는 완성도가 부족하면 녹화나 방송에서 빠진다”며 “‘민상토론’이 정치 풍자를 하는 코너라 시청자의 관심이 높을 뿐”이라고 외압설을 일축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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