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감안한 원금 보장 위해
자산의 일정 부분 리스크 투자 필요
얼마 전 행내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강의를 듣다가 흥미로운 강사의 얘기가 있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 분의 질문은 이겁니다. “영어로 ‘risk’는 우리말로 어떻게 되나요?” 저를 포함해 거기 모인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위험” 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빙긋 웃던 강사 분께서 되물으시더군요. “그렇다면 ‘위험’은 영어로 뭔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오르나요? 혹시 ‘danger’ 란 단어가 떠올랐다면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분이십니다. 그 순간 ‘어? 뭔가 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늘은 ‘투자 자산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분명 우리말로 풀이할 때는 ‘위험’이란 같은 말로 해석되지만 risk와 danger는 엄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지 않나요? 하지만 우린 ‘위험(risk)’이라고 읽고 ‘위험(danger)’하다 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원금보장에 집착하는 투자자 분들의 경우 이런 사고에 더욱 익숙합니다. 투자에 있어 ‘risk’는 관리하고(manage) 때로는 취해야(take)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danger’는 분명 피해야(avoid)할 대상인 것이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경우 ‘risky asset’은 있지만 ‘dangerous asset’이란 없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위험자산’의 의미를 후자로 생각해서는 결코 투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산의 선택(risk-taking)을 통한 위험의 관리(risk-management)란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원금보장’의 의미도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은행원 입장(?)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정기예금의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입니다. 다행히 은행이 망하지 않아서 만기 때 고객님께서 맡기신 돈을 돌려 드리긴 하지만 그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돈의 가치는 애초보다 오히려 떨어진 셈이죠. 명목 원금 이상은 나올지라도 실제로 ‘원금(의 가치가) 보장’이 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이라며 타박하시겠지만 이런 분들도 정작 투자를 할 때는 또다시 ‘원금보장’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원금의 안정성과 이자소득을 목표로 투자하지만 시장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에도 부분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원금손실을 회피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를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즉, 종전에 100% 예금에만 투자하던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45%는 채권형과 주식형을 섞어서 투자하는 것입니다. 변동성을 일정부분 가져가는 대신 기대수익률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증대시켜 실질적으로 ‘내 돈’을 지켜 나가는 것이죠.
‘danger’와 달리 ‘risk’를 취하게 되면 보상(compensation)이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risk’ 대비 보상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보상체계를 연구해 감내할만한 ‘risk’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의 태도일 것입니다.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정기예금은 일정 비율 가져 가야 할 자산이긴 하지만 자신의 전 금융자산을 정기예금에만 넣어 두고 ‘안전하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정말이지 다시 한번 꼭 생각해보셔야 할 부분입니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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