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비대칭 전략
정규전과 테러·범죄 뒤섞인 폭력, 두 차례 실패한 美 지상군 파견 꺼려
전쟁비용·병력조달의 혁신
세금 대신 납치·약탈로 비용 충당, 국경을 넘어선 자발적 용병 모집
미국 전통적 전쟁방식 한계
거점 장악 통한 격퇴 전략은 IS의 다차원적 융합전쟁에 취약
IS의 빠른 세력 확장과 관련된 한 가지 의문점은 왜 초강대국인 미국이 상대적으로 볼품없어 보이는 IS를 격퇴하지 못하는 가이다. 미국은 막강해 보이는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고 지금까지의 대응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IS의 비대칭 전략
포커의 매력은 좋은 패를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게임을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은 군사력의 계량적 크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진 군사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쟁을 운용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실패는 200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2002년 이후 이라크에서 이미 목격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실패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IS를 격퇴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전쟁은 서로 다른 게임의 방식이 충돌하는 장이다. 미국과 IS도 서로 다른 전쟁의 양식이 충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은 대체로 나폴레옹 전쟁 이후로 지속되어 오는 근대적 전쟁이다. 이 전쟁은 전쟁과 평화, 군인과 민간인, 정규전과 치안활동 등의 개념 구분이 분명하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전투에서의 결전과 직접 타격을 통한 적의 군사력의 궤멸, 그리고 전장에서의 주요 거점 장악 등이 핵심이다. 반면 IS의 전쟁은 탈근대적(어쩌면 전근대적으로 회귀한) 전쟁이다. 이 전쟁은 전쟁과 평화, 군인과 민간인, 정규전과 테러와 범죄 등이 혼재하는 전일적 폭력행위이다. 전쟁의 승리는 네트워크에서의 세력 장악을 통해 달성된다. 이를 위해 ▦물리적 심리적 종교적 세력의 확장 ▦부의 축적 ▦중앙권력의 무력화 ▦사회체제의 혼란 ▦테러와 폭력행위의 지속 ▦전장에서의 직접적인 무력대결과 군사점령 ▦사회복지와 치안서비스의 제공 ▦공포조장 등과 같은 여러 이질적인, 하지만 국가 권력 장악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통합된 다양한 방안들을 활용한다. 비유하자면 미국은 체스를 두고 있는 것이고 IS는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리드는 알 카에다의 글로벌 테러 전략을 5세대 전쟁양식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은 IS의 전쟁수행 양식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이 IS와의 전쟁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전쟁수행 양식의 비대칭적 취약성에서 찾아야 한다. 반대로 IS의 그리고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다른 무장 세력 성공의 이유 역시 그들 전쟁양식의 비대칭적 이점에서 찾아야 한다. 즉 IS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미국과 전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아직 IS가 갖는 이점들을 무력화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것이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전쟁비용과 병력조달의 혁신
먼저 IS는 약탈무장집단이다. 러시아 사회학자 볼코프는 이를 폭력 사업가라고 정의한다. 약탈무장집단은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폭력행위를 통해 부를 확대 재생산한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이다. 전쟁비용을 얼마나 치를 수 있는지가 전쟁의 승패와 직결된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늘 이 전쟁비용 문제로 인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이는 전쟁비용이 원칙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통해 충당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정부는 여론의 지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IS와 같은 약탈무장집단은 전쟁비용을 세금으로 조달하지 않는다. 때문에 피통치자의 여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IS에게는 전쟁과 테러 자체가 곧 부를 축적하는 주요한 비즈니스 활동이다. IS는 마약 밀거래, 인신매매, 인질납치, 원유 밀거래, 문화재 밀거래, 불법강탈 등 조직적인 범죄활동을 통해 비용을 조달한다. 그들이 수행하는 전쟁과 테러행위는 이라크 국가 공권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범죄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창출해낸다. 러시아 사회학자 마카렌코는 이를 범죄-테러 융합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성공에서도 이러한 범죄-테러 융합현상이 관찰되었다.
IS는 사이버 공간을 창조적으로 이용해 병력조달의 혁신을 가져왔다. 나폴레옹 시대 이후로 군 병력은 민족국가의 구성원으로부터 조달되어 왔다. 때문에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병사의 수는 제한적이며 병사의 희생으로 인해 국가가 치러야 할 정치적 윤리적 비용은 크다. 때문에 국민 전체를 애국심으로 효과적으로 동원화하지 못한다면 전쟁을 수행하기가 어렵게 된다. 반면 IS는 민족국가의 통상적 범위를 넘어 전 세계로부터 병력을 조달한다. 때문에 그들이 지역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의 한계를 넘어서며 병력의 희생으로부터 치러야 할 정치적 윤리적 비용이 거의 없다. 이는 IS의 병력조달이 지원자들의 자발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IS 무장병력은 용병의 성격을 갖는다. 마키아벨리는 용병이 대체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군에 비해 열등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IS는 이슬람 종교와 심리적 공포를 적절히 활용하여 IS 무장대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용병군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병력을 얼마나 조달할 수 있는지는 전쟁의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IS는 혁신을 통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병력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했다.
美, 전통적 전쟁방식의 한계
IS와 미국 사이에는 전략적 목표에서도 비대칭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비대칭성은 5세대 전쟁양식을 채택한 IS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전통적이다. IS 격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IS 무장 세력을 전장에서 결전을 통해 섬멸하려고 시도한다. 이는 클라우제비츠가 말하고 있는 근대전쟁의 목적이다. IS의 격퇴가 완결되면 미국은 그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데 이는 곧 이라크 국가건설의 단계이다.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정부의 구성, 제도 수립, 군ㆍ경찰 등의 양성을 통한 안전 확보, 경제 건설 등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IS의 전략적 목표는 동시다발적이며 통합적이다. 이들은 범죄, 테러, 전쟁, 사회복지, 치안활동, 종교적 프로파간다 등을 통합하면서 마을과 거리 단위의 개개인 수준에서부터 부족단위, 사회, 그리고 국가전체와 국제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력적이며 동시에 비폭력적 전쟁을 수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적의 격퇴, 이라크 정부의 무력화, 지지기반의 확대, 테러공격, 사회갈등 야기, 치안, 복지, 보건, 인프라 등의 국가 필수기능의 대안적 제공 등이 동시에 추구되며 이들은 국가권력 장악이라는 최종적 목적을 위해 통합된다. 만약 미군이 지상군을 파병하기로 해 정규전에서 상당한 열세에 직면하게 된다면, 급조폭발물과 테러, 무장공격, 사이버 선전전 등을 통해 이라크 정부의 공권력 행사와 복지, 교육, 인프라 등의 국가 서비스 제공을 무력화하면서 미군의 정치적, 심리적, 물질적 전쟁수행 비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다차원적 융합전쟁에 취약하다. IS의 격퇴와 이라크에서의 정상국가 건설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미군은 군ㆍ경찰, 정보기관, 행정기관, 사회복지기관, 경제개발기관 등의 복합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미군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부적합해 보인다. 때문에 더 많은 적을 사살하고 더 많은 지역거점을 장악해나감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IS의 전쟁 즉 지하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적인 전쟁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이 IS와의 전쟁에서 또한 탈레반과 알 카에다와의 전쟁에서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미국의 전통적 전쟁수행양식이 근본적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IS와의 전쟁에 대한 해답은 전쟁양식의 혁신에서 구해져야 한다. 이전 이스라엘 대테러 교육에서 만났던 한 미 해병대령은 이라크에 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이 현지에 있는 여러 부족들 가운데 한 부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미군과 공식적 이라크 정부, 수니와 시아 등 여러 테러세력과 여러 범죄 집단과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복수의 전선이 형성되었으며 주민들에게 누가 더 효과적인 안전보장과 법질서, 그리고 경제적 보장과 인프라를 제공하는가가 전쟁 승리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IS는 이러한 새로운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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