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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도국형 온실가스 정책 포기해야

입력
2015.06.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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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체제(포스트 2020)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안이 발표되면서 최종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안을 보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적게는 14.7%(1안)에서 많게는 31.3%(4안)까지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2년 실질 배출량과 비교하면 각각 5.5% 증가에서 15.0% 감소에 해당하는 안이다. 지금까지의 정부안보다 대폭 후퇴한 것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실질배출치가 아닌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감축안을 발표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3위이고 수출이 7위이며 1인당 소득도 세계 35위 정도 되는 국가이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들 정부나 학자들이 한국의 경제발전모형을 배우려고 오고 있는데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또한 개발도상국이라는 전제하에 발표되는 온실가스 배출전망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도 줄여야 한다. 배출전망 계산은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유가, 인구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전망에 의존하는데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있다. 또한 제조업 비중이 2013년 32.9%에서 2030년에는 36.1%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3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08%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호 모순이다. 제조업 성장률이 높은 정책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개별변수 전망치 뿐만 아니라 계산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유 없이는 배출전망치 자체에 대해서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도 현실은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으면서 국제사회에서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는 이율배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선진국들이 발표하는 것처럼 실질 배출치를 기준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아야 하고, 동시에 전망치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 선진국들은 1990년 혹은 2005년 실질적인 배출치에 비해 얼마를 줄이겠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감축안을 발표하였다. 스위스가 2030년에 1990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방식이다. 반면에 개발도상국들은 값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배출전망치에 비해 얼마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2030년 배출전망치에 비해 25%(무조건) 혹은 40%(조건부)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우리의 대응은 다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1990년 이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녹색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2009년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0년과 2011년에는 전년 대비 배출량 증가율이 각각 9.9%와 4.4%로 같은 기간 GDP 증가율에 비해서도 높게 나타났다. 다행히 2012년에는 배출량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낮게 나오기는 했다.

단순히 국제사회에 발표하고 작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소에 제출한 2020년 감축안인 배출전망치 30% 감축 약속을 파기했다고 해서 현행 안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는 이미 그렇지 않은데도 개발도상국이라 주장하면서 개발도상국형 감축안을 발표하고,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에 진입하는 국가이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국제사회 일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러한 전제하에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실시할 시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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