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ㆍ위안부 협상 등이 고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정부가 상대국에서 주최하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하는 것은 교착상태인 양국관계가 풀리는 작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교정상화 50주년에 맞춘 이번 행사는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연내 한일 정상회담 성사의 기대가 높아졌다. 한일 정상이 공식 회담을 한 것은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때가 마지막이었다. 두 정상이 서울과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동시에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양국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물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이슈를 놓고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한 22일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는 최근 들어 부쩍 바빠진 양국 정부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양국에서 무르익은 터였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21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22일 아베 총리를 면담한다. 아베 총리는 윤 장관을 통해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일본이 50주년 행사의 정부 대표로 보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청와대에서 면담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양국 정상의 의중이 교환될 수 있다.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도 20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 인터뷰에서 “연내 회담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양해한다면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해 다소 부드러워진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일본 언론들은 최근 “올 9월 이후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해 한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을 동시에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관계 정상화의 열쇠는 아베 총리가 쥐고 있다. 아베 총리가 8월에 발표하는 전후 70년 담화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담을 것인지, 또 평행선을 달려 온 양국 위안부 협상에서 앞으로 일본이 달라진 태도를 취할 것인지 등이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아직까지 과거사 해결 등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도 가시적 진전이 없는데 청와대가 정상회담을 본격 추진한다면 국내 반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윤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 직후 양국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아직 시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그런 대화에 대해서는 우리가 항상 열려 있으므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박 대통령의 22일 행사 참석을 선제적으로 결정하지 못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베 총리가 일본 정치 상황을 놓고 재느라 참석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할 때마다 우리 정부도 참석과 불참을 오가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송은미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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