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사망한 112번 환자 유족 반발
“자가격리돼 제대로 치료 못받아
처음 양성 받았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정부의 검사(음성)를 너무 믿었다. 초반에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 아버지를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전북 전주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격리치료를 받던 112번 환자 김모(63)씨가 20일 오후 6시10분쯤 숨졌다. 김씨 가족들은 21일 “메르스 증상을 보였지만 두 번이나 음성결과를 받았다”며 “결국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고 난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모(36)씨는“아버지가 피해자인데도 가해자가 된 기분이다”며 “자가격리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처음에 양성 진단이 나왔으면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아 살 수 있지 않았겠냐”며 울먹였다.
그는“두 번의 검사에 음성이 나와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면서 “아버지가 전화로 수 차례 아프다고 했지만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진통제와 해열제에만 의존하다가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에 전이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전북 메르스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 호흡기능상실이며 간접 원인은 메르스 감염에 의한 다장기 부전(폐, 심장, 간, 신장)으로 파악하고 있다”며“음성 판정을 받을 당시엔 단순 감기 정도의 증세였는데 만일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 격리치료를 받으면 현재 수천여명이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허혈성 심장질환과 당뇨를 앓았던 김씨는 지난달 27일 아내의 암 치료차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었고, 30일 오전부터 오한과 발열 증상을 보여 전주 예수병원을 찾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메르스 14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보건소에 신고한 뒤 자가격리 조치됐다. 하지만 1,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지난 2일부터 자가격리에서 능동감시 대상으로 완화됐다가 1주일 뒤 9일 다시 근육통과 기침 설사 증세를 보였고 3차 검사 결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거점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급성 호흡기능 상실로 사망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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