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주춤" 희망 섞인 관측 불구 부분폐쇄 영향 내원객 방문 뜸해
상가ㆍ약국들까지 개점휴업 상태
21일 부분폐쇄 일주일을 맞아 찾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주말을 기점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보건 당국의 희망 섞인 관측에도 발길은 뜸했고, 인근 상가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를 전후로 1시간 동안 병원 정문을 통과한 내원객은 채 20명이 되지 않았다. 주차장은 차량 대신 비닐에 싸인 의자, 집기류 등으로 채워졌고 응급실을 가려둔 흰색 장벽 역시 일주일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개방한 4개 출입문을 오가는 내원객 역시 병원 관계자의 꼼꼼한 확인절차를 거쳐야 했다. 한 방문객은 “평소 하루 8,000여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고병원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유령병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동환자 중 대부분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거나 퇴원한데다 외래진료가 없는 주말 특성까지 겹쳐 병원 로비에는 내원객보다 의료진이 더 많았다. 입원환자를 면회하려 병원을 찾은 김성희(51ㆍ여)씨는 “오빠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자주 오는데 보통 어머니만 들어가고 나는 바깥에서 기다린다” 며 “어차피 못 들어갈 것을 알지만 그래도 안 올 수는 없어 매번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는 사실상 끊겨 병문안을 위해 찾은 방문객 외에 병원을 드나드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분폐쇄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병원 정문 앞 삼거리에는 ‘일원1동 상가번영회 회원 일동’ 명의로 “삼성의료원,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병원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인근 상인들의 바람은 그만큼 간절했다. 지하철 3호선 일원역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평일 점심시간에 병원을 찾는 직장인들이 올려주던 매출이 일주일째 전무해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줄었다”고 푸념했다.
인근 약국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병원 주변 15개 안팎의 약국들은 직원을 휴가 보내거나 임시 휴업을 하는 등 ‘메르스 소나기’가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약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하루에 나오는 처방전 8,000장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며 “중증환자나 특수처방만 간혹 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약사 역시 “직원휴가로 버티고는 있지만 6월분 대금결제가 돌아오는 다음 달 운영비용을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부터 수업을 재개한 부모들 역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대왕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미라(43ㆍ여)씨는 “아무래도 찝찝해 자가용으로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지만 학원은 보내지 않고 있다”면서 “PC방 등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곳도 정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교육부는 이날 대모초ㆍ왕북초ㆍ대왕중ㆍ밀알학교 등 병원 인근 학교에 전문요원을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사 수준의 식견을 갖춘 전문요원이 학생들의 발열체크 및 위생관리 업무를 맡고, 학교 보건교사만으로는 전수 관리가 힘든 격리자 자녀 현황 파악도 담당하게 된다. 격리자 정보가 유출돼 격리자ㆍ의료진 자녀들이 오히려 학교에서 소외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전문요원의 행정행위를 철저하게 보안관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메르스 자가격리자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등원을 거부하는 학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원법에 근거해 철저한 지도감독을 시ㆍ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실제 대구시교육청은 19일 학생등원을 거부한 학원에 대해 등록말소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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