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갤러리 2만3,000명 찾아… 박성현, 메이저 대회에서 생애 첫 승
“이정민(23ㆍBC카드) 언니가 방어적으로 경기한다고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처럼 공격적으로 임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지난 20일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3라운드를 마치고 박성현(21ㆍ넵스)이 한 말이다.
박성현의 ‘마이웨이’는 ‘해피엔딩’이 됐다. 박성현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장(파72ㆍ6,6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4개, 트리플 보기 1개, 버디 2개를 묶어 5오버파 77타를 기록했으나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2년차에 생애 첫 승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박성현은 이정민의 끈질긴 추격에도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인 공격적인 퍼팅을 고수한 덕분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우려에도 2만3,000여명의 갤러리가 몰려 박성현의 우승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성현은 2주 전 열린 제5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뼈아픈 기억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연장전에서 이정민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신의 생애 첫 우승을 앗아간 이정민과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여느 선수 같았으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컨디션 난조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성현의 정신력은 강인했다. 그는 앞서 이정민과 같은 조에 편성되자 “칸타타 대회 후 정민 언니와 다시 경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회가 굉장히 빨리 찾아왔다. 두 번째 맞대결인 만큼 더 편하게 칠 것 같다”고 도전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성현은 라운드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연거푸 물을 들이키는가 하면, 틈틈이 캐디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다. 갤러리의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다.
이날 그는 8번홀(파4)까지 파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장기인 아이언샷을 앞세워 연속 버디를 기록한 이정민에게 3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9번홀(파4)이었다. 박성현은 3퍼트로 1타를 잃었다. 하지만 이정민도 그린 주변 벙커에서 2타를 치며 헤맸고 더블 보기를 범하며 자멸했다. 이정민이 주춤한 사이 양수진이 잇따른 버디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이후 보기 3개와 더블 보기 1개로 우승과 멀어졌다. 박성현은 마지막 6홀에서 6타를 잃었지만 18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하며 결국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원과 함께 2019년까지 4년간 KLPGA 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그는 국가대표 시절 에이스이자 기대주로 평가 받았지만, 정작 프로에서는 동기인 김효주(19ㆍ롯데), 고진영(19ㆍ넵스), 김민선(20ㆍCJ오쇼핑) 등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리게 됐다. 박성현은 경기 후 “제가 잘 못 친 것 같고, 언더파로 우승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라며 “퍼팅 등 숏게임을 보완해야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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