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입장차이가 크다. 노동계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의 2배에 가까워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이 크다면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기일인 29일까지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1% 오른 시급 5,580원, 월급으로는 116만6,00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으로 대폭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고, 중국이나 미국도 내수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인 월급 116만6,000원은 미혼ㆍ단신 노동자 생계비(155만3,000원)의 70%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고시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도 167만원이다. 또 시급 5,580원은 5인 이상 사업장의 시간당 임금 평균인 1만8,700원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는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중소ㆍ영세기업의 과도한 인건비 부담, 최저임금 과다 인상으로 인한 대량해고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생산성 향상이나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임금 상승은 기업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올해는 특히 수출부진,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탓을 들지만 매년 글자 하나 바뀌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똑같이 반복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나 정치권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발생하면 소비하는 성향이 높아서 내수진작 효과가 크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대응에 효과적이다. 근로빈곤층이 줄어들면 양극화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올해 3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 없이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대폭 인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재계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기 바란다. 근로자에게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정 어려운 영세기업이나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따로 지원을 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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