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의 소’를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21일 밝혔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늑장 공개하면서 메르스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해 국민을 감염 위험에 노출했다는 취지다.
문 변호사는 “정부는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가 확진 환자 발생 후 19일간 병원 정보를 비밀로 하면서 확산을 차단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 큰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및 의료기관을 공개했을 땐 이미 총 환자 64명, 사망자 5명, 격리자 2,361명(자택 2,142명, 기관 219명)이 발생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대통령령 등으로 감염병 발생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 역시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내가 메르스 확진 환자이거나 관리대상자는 아니지만, 메르스 확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언제든지 감염될 가능성이 있고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제침체 및 생활의 제약 등으로 사실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소송 제기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소송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확인받고 국가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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