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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축구 마피아

입력
2015.06.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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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아침 스위스 호텔에서 7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이 체포 당한 것을 알고 딱 한가지에 놀랐다. 그런 사건이 기어이 일어나고 말았다는 것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FIFA를 지배하는 양복 차려 입은 오만방자한 이들이 법의 밖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쁜 소문이 떠돌고 뇌물, 리베이트, 부정투표 등 온갖 잘못된 일들에 대한 보고서들이 만들어져도 FIFA 제프 블래터 회장과 그 일당은 언제나 아무 상처 없이 부활했다.

지금까지 14명의 사람들?블래터를 제외하고도 이 가운데 9명의 전현직 FIFA 집행부가 포함돼 있다?이 미국에서 사기와 부패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검사는 특히 뇌물과 리베이트로 1억 5,000만 달러 가로챈 것을 문제 삼았다. 스위스 연방검사는 존경스럽게도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결정과 관련된 거래를 뒤져보고 있다.

물론 프로 스포츠계의 협잡 전통은 역사가 길다. 가령 미국 사기꾼들은 오랫동안 권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 신사적 경기를 대표했던 크리켓조차 도박판의 희롱과 부정직한 사기꾼들의 손에 오염된 적이 있다. FIFA는 그 중에서 가장 돈 많고,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세계적인 사업체일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한다. 자그마한 스위스 마을에서 태어난 블래터는 ‘돈 브라테로네(Don Blatterone)’라고 불린다. 물론 비유가 완전히 들어 맞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FIFA의 취리히 본부에서는 살인계약서를 작성한 게 아니다. 그러나 조직의 보안, 운영자들에 대한 라이벌들의 위협, 특혜나 뇌물이나 이른바 빚들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조직범죄 세계와 충격적으로 닮아 있다.

물론 FIFA를 범죄기업이라기보다 비능률적인 조직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주 너그럽게 이런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많은 불법 행위는 바로 연맹 전체의 투명성 부족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FIFA 전체 운영은 아주 가까운 관계의 남성 그룹이 독점한다(여성들은 이런 진흙탕 싸움에 끼지 않는다). 이들 모두 그 보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시작은 블래터가 아니다. 전임자인 사악한 브라질의 주앙 아발란제가 원흉이다. 그는 더 많은 개도국들을 끌어들임으로써 FIFA를 부패하고 엄청나게 부유한 제국으로 바꿔놨다. 보스들을 위한 개도국들의 표를, 수지 맞는 마케팅과 미디어 거래를 통해 사들였다. 코카콜라와 아디다스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돈들은 시스템 전체를 질척거리게 만들었고, 제3세계 독재자들과 아마도 아발란제 자신의 커다란 주머니로 향했을 것이다. 코카콜라는 야만적인 군부세력이 통치하던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의 주요 후원사였다.

블래터는 아발란제처럼 아주 무례하지 않다. 브라질 사람과 달리 그는 공개적으로 악당들과 손잡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권력 역시 서유럽 바깥 국가들의 표와 충성심에 의존했고, TV중계권과 상업적 프랜차이즈권에 보호받았다. 카타르의 경우 완전히 부적절한 상황, 그러니까 권리를 거의 보장받지 못하고 끔찍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하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둘러 경기장을 짓는 환경 속에서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했다.

약간 더 세심한 유럽인들의 문제제기들은 종종 신식민주의적인 태도라거나 인종주의라는 비난을 받는다. 사실 이런 것이 바로 블래터를 우리 시대의 전형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오만한 서구에 맞서 아프리카, 아시아, 아랍, 남미의 권리를 옹호해주는 개도국을 위한 투사라고 소개하는 사기꾼이다.

가난한 국가들의 부패한 사람들이 더 광대한 서구에 정치적 상업적 이득을 더해주기 위해 매수됐지만 상황은 변했다. 물론 이건 여전히 진행 중인 일들이다. 그러나 이제 진짜 큰 돈은 서구 바깥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이나 페르시아만이나 심지어 러시아 같은 곳에서 말이다. 서구 사업가들, 건축가들, 예술가들, 대학 총장들, 박물관 감독들?그들의 비싼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누구라도?은 이제 비서구 독재자들과 거래를 해야만 한다. 물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인들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몇몇?토니 블레어를 보라?은 그걸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일로 삼기도 한다.

권위주의 체제들과 뭔가 구린 사업 이익을 뚜쟁이 하는 건 건전하지 않다. 부유하면서 비민주적인 권력을 갖고 서구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현대의 이해관계자들은?예술과 고등교육 같은 분야도 결코 스포츠 못지 않다?지금까지 명성을 손상시킬 타협에 나서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이런 대목을 빗겨가도록 하는 한가지 방법은 좌파의 오래된 반제국주의 수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폭군이나 수상한 독재자들과 거래하는 것은 더 이상 부패한 것이 아니라 고상한 것이다. 걸프 국가들에 대학 프랜차이즈나 박물관을 팔고, 중국에 또 초대형 경기장을 짓거나 러시아나 카타르에 축구 특혜를 주고 돈을 받는 것은 진보적이고 반인종적이며 세계동포애와 보편적 가치의 승리다.

이런 것들이 블래터의 FIFA를 진정으로 곤혹스럽게 하는 점이다. 표 매수,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려는 축구 지도자들의 터무니 없는 욕심, 메달과 장식들로 가슴을 꾸며 우쭐대는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예사롭게 일어나지만 그것은 그들을 괴롭히는 위선이다.

세계적인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유럽과 미국의 영향력이 그 심장부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슬퍼하는 건 쓸데 없는 짓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이동의 정치적 결과들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FIFA의 유감스런 이야기들에 어떤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통치기구가 어떤 것이든 간에 모든 것을 지배하는 건 돈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이언 부르마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

번역=조태성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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