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간 적 있다. 부산의 어느 작은 방파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삼부자가 나란히 찌를 던졌다. 아버지와 형의 낚싯대엔 고기가 곧잘 물렸다. 조만간 내가 던진 찌에도 기별이 오리라 믿고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내 낚싯대는 미동조차 없었다. 어린 마음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끝에 기어이 찌가 흔들렸다. 있는 힘껏 낚싯대를 잡아 당겼으나 힘에 부쳤다. 형과 아버지까지 합세했으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하다가 겨우 끌어올렸을 때, 온 가족이 충격을 받았다. 거의 어른 손바닥만한, 등은 분홍빛이고 안쪽은 검은, 책에서만 보던 불가사리였다. 그 모양새나 꿈틀거림이 징그럽고 끔찍하고 무섭기까지 했으나 눈을 떼기 어려웠다. 아버지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는 몹시 뜨거웠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물감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한동안 바라보다 아버지가 낚싯줄에서 놈을 떼어냈다. 느릿느릿 물속으로 기어가던 놈의 몰골을 오랫동안 주시했다.
30년도 훨씬 지난 일. 그럼에도 여전히 내 안에서 무시로 되새겨지며 뭔가를 충동케 하고 어떤 것을 투영케 하는 일. 시를 썼다. 별 모양의 이물을 새삼 상기했다. 어린 내가 낚아 올린, 무섭고 놀랍고 슬프고, 그래서 찬연하게 허무한 저 세상의 번득임 같은 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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